대구지법 서부지원 판결

자격요건에 없는 특허공법 넣어
서류 심사 시 경쟁업체 탈락

미리 알려준 입찰가보다
낮게 제시해 낙찰 받아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김진영)은 최근 아파트 건물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 시 들러리 입찰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대구 달서구 A아파트 동대표 B씨와 공사업체 C사 대표 D씨에 대한 입찰방해 선고심에서 “피고인들을 징역 6월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5년 3월 이 아파트는 건물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를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전문건설업 등록을 보유한 업체를 자격요건으로 한 입찰공고를 했다. 그런데 이 입찰에서 동대표 B씨와 공사업체 C사는 ‘J 주입공법’이라는 특허공법을 시방서에 넣어 서류 심사에서 경쟁업체를 탈락시키고 공사예정금액을 미리 알려 유리한 위치에서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공모했다. D씨는 단독입찰을 경쟁입찰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특허공법 사용승인서를 제출한 E, F, G사를 들러리로 세워 2015년 3월 31일 동대표 B씨가 알려준 공사예정금액에 근접한 6억1560만원의 입찰가액을 기재한 입찰서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제출했다. 들러리 업체들은 이 공사예정금액보다 조금 더 높은 금액의 입찰가액을 기재한 입찰서를 제출하도록 해 동대표 B씨는 특허승인서를 제출한 업체에 한해 서류심사를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C사보다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들과 들러리 업체들을 탈락시키고 C사가 보수공사를 낙찰 받도록 했다.

동대표 B씨와 공사업체 대표 D씨가 입찰의 공정을 해한 혐의로 기소되자, 특허공법을 넣기로 한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것이고 공사예정금액을 알려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공모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동대표 B씨가 피고인 공사업체 대표 D씨로부터 이 사건 공법에 대한 조언을 받아 이 공법을 입찰 제한사유로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피고인 D씨에게 공사예정금액을 알려줬다”며 “피고인 D씨는 몇 개의 들러리 업체를 내세운 뒤 피고인 B씨로부터 들은 공사예정금액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입찰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공모하고 실행행위를 분담해 입찰의 공정을 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C사로 하여금 보수공사를 낙찰 받게 할 목적으로, 입찰제한 사유로 할 수 없는 서류 제출 미비를 트집 잡아 입찰가가 현저치 저렴한 업체들을 대거 탈락시키고, 들러리 업체들을 내세워 공정한 입찰을 한 것처럼 가장한 뒤 C사가 낙찰로 선정되도록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입주자대표회장의 적극적인 반대로 C사가 보수공사를 시공하지는 못했지만,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C사가 제기한 가처분과 민사소송 등에 휘말리는 피해를 입었고, 만일 회장에 의해 저지되지 않고 실제 계약까지 나아갔다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약 2억원 이상이나 부풀려진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문제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면서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 D씨는 벌금형 이상으로 처벌받은 바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들을 징역 6월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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