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지난달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이 발표됐고, 이달 5일부터 시행됐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정상화의 취지와 주요골자는 다음과 같다. 취지는 구조안전성의 확보와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의 제도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골자는 현지조사의 공공참여를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실시결정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적정성 검토 의무화를 통한 재건축 필요성 검증 강화,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 확대를 통한 사회적 비용 낭비 방지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절차와 기준의 완화로 인한 제도 본연의 기능훼손 및 형식적인 절차의 개선 필요성과 조기 전면철거 재건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낭비,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종합판정은 2가지 진단방법이 있다. 구조안전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재건축여부를 판정하는 구조안전성 평가 안전진단과 주거생활의 편리성과 쾌적성 등 주거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주거환경중심 평가 안전진단이다.

이 주거환경 중심 안전진단 평가의 가중치는 주거환경 0.4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0.30, 구조안전성 0.20, 비용분석 0.10이었으나 이번 개정에서 주거환경 0.15,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0.25, 구조안전성 0.50, 비용분석 0.10으로 주거환경과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의 가중치가 줄어들고, 구조안전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또한 주거환경을 평가하는 항목 내에서도 9개의 항목이 있고, 그 가운데 침수피해가능성(0.15), 일조환경(0.10), 사생활 침해(층간소음)(0.10),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0.05)은 현행 유지하고, 도시미관(0.075→0.025), 에너지효율성(0.10→0.05), 실내생활공간의 적정성(0.05→0.025)은 가중치가 줄어들었다. 소방활동의 용이성(0.175→0.25), 가구당 주차대수(0.20→0.25)는 가중치가 높아졌다. 행정예고 기간 중에 의견을 수렴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도됐다. 이러한 항목들은 정확하게 수명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명과 관련되는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수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 통계는 없지만, 원론적·개론적 관점에서 건축을 수명의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성을 생각해보자.

건축물의 수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리적 수명, 기능적 수명, 사회적 수명, 문화적 수명, 디자인 수명, 경제적 수명, 세법상 수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 수명은 구조수명과 설비수명, 내외장수명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구조수명은 물리적으로 내력(견딜 수 있는 힘)이 견딜 수 없는 상태까지의 연수를 의미하고, 설비수명은 사용가능하고 물리적으로 수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는 연수를 의미한다. 내외장수명도 설비수명에 준해서 설명할 수 있다. 구조수명은 성능저하나 단면 결손, 시공불량 등 재료수명과 조합된 시스템적인 수명으로 재료의 종류와 특성에 따른다. 철근콘크리트를 구조체로 사용하는 국내의 공동주택은 구조기준과 시방기준에 따르면 60~100년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에 비해 설비수명은 재료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구조수명의 1/3 정도로 말해진다.

기능적 수명은 사회변화나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기능적으로 가치를 잃는 연수를 말한다. 건물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상업건축, 공장 및 병원건축 등의 기능의 변화가 특히 빠르고 주택도 시대의 빠른 변화에 따라 10년 정도의 주기에서 평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주로 기술혁신이나 생활혁신, 생활변화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능의 변화나 용도전환에 견딜 수 있는 계획이 중요하다. 일반 건축물은 공간 구성, 중심(코어) 위치, 기둥 간격, 층고 등이 영향을 미친다. 공동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방 단위의 내력벽식 구조방식이 일반화돼 있는 우리나라의 평면계획방식은 기능적 수명이라는 점에서 큰 약점이 되기도 한다. 재건축을 평가하는 주거환경의 많은 요소들은 기능적인 수명과 관계를 가진다.

사회적 수명은 사회적 조건이나 필요에 따라 좌우되는 수명으로 지구재개발과 같은 개발 사업에 따른 수명이 여기에 속한다. 문화적 수명은 문화재의 보존과 관련된 수명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인 수명은 디자인의 유행에 따른 수명으로 공공건축은 수명이 긴 디자인에 속하지만 상업건축은 주변여건에 따라 빈번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첨단성이나 참신성 등에 좌우된다. 경제적 수명은 경제적 요인에 따른 수명을 말한다. 경제적인 요건이 최우선이 돼 결정되는 수명이다. 이것은 물리적인 수명이나 기능적인 수명 등과는 별개로 건설이익의 발생에 따라 이뤄지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은 여기에 속한다. 세법상 수명은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철근콘크리트 수명은 40년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수명과 재건축과 관련성을 생각해 보자. 수명의 종류는 원론적이고 개론적인 것임에 비해 재건축 안전진단의 요소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항목들로서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향에서 보면 가장 큰 관련성이 있는 것은 물리적인 수명과 기능적인 수명과의 관련성이다. 구조의 안전성 요소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체의 구조적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건축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다. 때문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구조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재건축의 대상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 설비수명이나 내외장의 수명이다. 이것은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와 대응된다. 구조수명처럼 길지는 않지만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이 부분은 교체를 통해서 새롭게 할 수 있으며 건축물의 성능은 유지할 수 있다. 즉 유지보수를 통해서 신축 건축물에 버금가는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기능적 수명은 주거환경과 관련성을 가질 수 있다. 이 역시 유지관리와 보수 혹은 리모델링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 사용상의 편리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수명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적인 주거환경,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의 가중치가 낮아진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지관리와 리모델링이라는 정책적인 수단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위치를 부여해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의 중요한 이슈의 하나는 경제적 수명과도 결부돼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이익수반이 재건축을 하는 요인의 가장 중요한 하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이익이 없다면 재건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업수행 결과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이나 재산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재건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점에서 수명과 재건축의 관점에서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정책적인 방향과 기준 및 지표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변화와 방향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종합판정과 관련된 기초지표들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인 판정을 위한 기초자료의 정치화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구체적인 데이터의 확보를 통해 정책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건축물의 수명주기 관점에서 유지관리와 리모델링, 재건축의 연한과 위치의 재설정이 필요하다. 기존 공동주택의 시기와 제도와 관련된 성능특성에 따라 구분해 관리하는 방안과 더불어 지금부터 신축하는 공동주택은 새롭게 위치를 설정하고 장수명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최근 성능이 강화돼 적용되는 신축 공동주택과 이전에 건설된 공동주택은 근본적으로 다른 성능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근미래의 환경변화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의 결과가 주택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재산가치만이 아니라 사용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틀을 만들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큰 틀에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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