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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도 ‘미투’···“우리도 당했다”[심층취재: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미투(#metoo)’]
승인 2018.03.13 18:37|(1188호)
고경희 기자 gh1231@aptn.co.kr

관리직원 대상 성범죄 잇따라
입주민 대상 성희롱 교육 부재
“회사의 적극적 직원보호 필요”

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성폭력·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 정치계, 법조계, 교육계까지 확산돼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 관리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사례들이 쏟아져 아파트도 예외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소재 한 아파트의 입주민은 “남성 입주자대표회장이 경리직원과 여성 관리소장을 성추행했다”고 제보했다.

이 입주민에 따르면 대표회장이 아파트 일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한밤 중 경리직원을 4차례 불러냈다. 그 후 경리직원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노래방으로 끌고 가 억지로 끌어안는 방식으로 추행했다.

추행을 당한 경리직원은 결국 관리사무소에 사표를 냈고 관리소장이 이유를 묻자 추행을 당한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여성인 이 관리소장은 “나도 당했다”며 경리직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혔다.

제보한 입주민은 현재 이 사건은 경리직원의 고발로 재판 중이고, 대표회장은 “경리직원의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 동대표 임기가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은 입주자대표회장이 여성 관리직원에게 급여 인상을 빌미로 성상납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전북 소재 아파트 남성 입주민이 청소 불량을 핑계로 미화원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2016년 7월 부산의 한 아파트 남성 동대표는 보호·감독자 지위를 이용해 아직 첫 출근 전인 여성 관리소장을 불러 내 함께 술을 마시고 만취한 소장을 모텔로 데려가 옷을 벗기는 등 여러 차례 추행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12월 인천시 아파트에서는 관리소장이 미화원의 어깨에 손을 대며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제 추행하기도 했다.

또 강원도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고용승계를 이유로 경리직원의 가슴, 귓불을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강원도로부터 주택관리사 자격취소처분을 받았다.

서울시 아파트 관리소장이 미화원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고 미화원의 바지를 내리는 등 성추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매년 실시해야 하고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실 확인 조사와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은 관리소장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 등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지자체의 입주민 대상 교육내용을 살펴본 결과 경기 고양시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교육 과정 중 소양교육으로 성희롱 방지교육을 실시한 것 외에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교육 중 성희롱 예방교육을 함께 운영한다거나 별도의 교육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도 입주민 대상의 성희롱 교육을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직 관리소장 A씨는 “아파트에서 대부분 성희롱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 관리업체에서도 관리소장 채용면접 시 여성 면접자에게 음주가무 가능 여부를 묻기도 하는데, 아파트를 관리하는데 음주가무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면서 “성희롱 등의 피해를 입더라도 피해 직원 본인이 참다가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배치전환을 하는 등의 조치밖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박윤진 노무사는 “성추행, 성폭행은 범죄로서 형사고소로 대응할 수 있으나, 형사상 조치가 어려운 성희롱 유형의 경우에는 사내에 이야기해 회사가 관련 조사를 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성희롱 성립 시 사실관계에 비춰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면서,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확보해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박 노무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같은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 회사에 이를 밝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입주민들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에는 회사가 제대로 방어해주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없다”고 지적하면서 “관리사무소와 회사는 조직 구성원에 대한 보호를 해야 하고 계약서상 해당 부분을 명시하거나, 피해자가 성범죄 관련 신고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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