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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구현대아파트 경비원 해고사태, 진실은?[이슈분석] ‘경비원 전원 해고 뒤 용역 전환’ 파문/ “경비원 용역전환 불가피” “용역전환은 괘씸죄 보복”
승인 2018.03.08 00:55|(1186호)
서지영 기자 sjy27@aptn.co.kr

용역전환해 간접고용
경비원 28명, 관리원 70명으로 변경

대표회의, 최저임금인상·
퇴직충당금·업무 외 지시 금지 등  이유로 제시

경비원들, “휴게시간 주차관리
임금 요구에 대한 보복” 주장

대표회의 3월 초 새로 결성
운영 방향 바뀔지 주목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전경

경비원 전원 해고 문제로 떠들썩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41개동, 3130세대)가 경비원들의 반발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치관리였던 경비원 계약을 용역전환하고 새로운 경비 운영에 나섰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새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거부한 20명을 제외한 경비원 74명에 대해 고용승계 절차를 진행, 지난달 9일부터 이들은 새 용역업체 소속이 돼 업무를 잇게 됐다.

당초 이 아파트 경비원 해고통보가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상승 시기와 맞물리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감축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용역전환을 위한 해고였고,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실제로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해 말 첫 해고통보를 받은 시기부터 대표회의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경비원들을 간접고용할 때까지 계속해서 아파트에서 기존 업무를 지속해왔다.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경비원 해고통지서 <서지영 기자>

대표회의는 그동안 직접 고용해 관리했던 경비원 94명을 2월 9일자로 전원 해고한 뒤, 새롭게 계약한 용역업체를 통해 이날부터 이들을 간접 고용키로 했다. 또 경비운영을 순찰 등 순수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순찰조 28명과 주차관리, 택배보관, 재활용품 정리 등을 담당하는 관리원 70명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새 편제는 2월 26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용역전환 진짜 이유 갈려
대표회의는 지난해 10월 말 경비운영방식을 용역전환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12월 말 경비원들에게 2018년 1월 31일자를 해고일자로 한 해고예고통지서를 전달하며 해고사유를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의 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입주자대표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능력의 결여,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의 문제 등’으로, 해고근거를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고 밝혔다.

대표회의는 입주민들에게도 안내문을 통해 ‘전년 대비 2018년도 임금 인상분과 퇴직금 부담금이 6억6000만원 증가한다. 용역업체로 전환하면 임금 인상에 따른 퇴직금 충당 부담이 사라져 관리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전했다.

용역전환 반대 서명 거부를 요청한 공고문. <서지영 기자>

또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에 따라 경비원 용역전환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용역전환 반대서명을 거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비원들이 용역전환을 반대하며 협상 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대표회의는 해고 시기를 한 차례 미뤄 2월 1일 다시 경비원들에게 2월 9일자로 해고 효력이 발생한다는 해고통보서를 전달해 그대로 이행했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 된 노후아파트로, 대표적인 부촌 아파트임에도 지하주차장이 없어 입주민들이 심각한 주차난을 겪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제 입주민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대만 되면 지상주차장이 차들로 빼곡히 들어차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때문에 입주민들은 직접 차를 빼고 넣는 것이 쉽지 않아 동마다 있는 경비실에 차 열쇠를 맡기고 대리주차를 해왔고, 경비원들은 수시로 입주민들의 입차 및 출차를 도우며 주차관리를 주업무처럼 이행해왔다.

대표회의는 이러한 주차관리를 경비원들에게 맡길 수 없게 돼 용역전환을 통해 경비원 수를 줄이고, 주차관리 등을 시킬 수 있는 ‘관리원’직을 신설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경비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된 입주민들의 ‘갑질’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법 규정이 도리어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표회의가 용역전환을 결정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경비원 40여명이 대표회의가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그 시간 업무 이행에 따른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는데, 대표회의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괘씸죄’를 적용해 경비원 해고 및 간접고용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이 아파트 노조 관계자는 “경비원의 관리원 전환, 퇴직금 문제, 임금 인상에 따른 휴게시간 조정 문제 등 양보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하며 용역전환만은 막고자 대표회의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며 “최저임금, 퇴직금 등 문제는 핑계일 뿐 사실은 고용노동부 진정서 제출에 대한 보복이 핵심이유”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온 경비원 A씨도 “휴게시간에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은 불만이어도, 주차관리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휴게시간에도 주차관리를 하게 되니 그것에 대한 임금을 요구한 것인데, 대표회의는 주차관리를 시킬 수 없게 돼 용역전환을 한다는 거짓 이유를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비원들은 용역전환 시 고용불안 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고용승계가 됐지만 차후 계약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들은 다른 근무지로의 이동, 단기계약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역전환을 해도 경비원들에게는 계속해서 최저임금이 적용돼 임금 변화가 없고 오히려 용역 수수료 등이 더 나가게 되며, 퇴직충당금 또한 대표회의가 지급해야 하므로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용역전환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계속근로기간이 줄어들어 추후 지급해야 할 퇴직금이 줄어드는 점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라면 경비원을 감축하거나 휴게시간 연장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것이 아니라 간접고용으로 돌린다고 하니,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대표회의는 2월 1일 해고통지서에서 경비원 보장사항으로 ▲전원고용 보장 ▲기존 급여(월 229만원) 보장 ▲정년 70세 연장(기존보다 10년 연장) ▲용역업체가 임의로 해고할 수 없도록 기존 경비원 고용 지속 보장 장치 마련 ▲기존 근로조건 유지: 식대(1일 2식), 체력단련비, 교육비 등 각종 복지 ▲정리수당(근속년수에 따라 최대 90일분 평균임금)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표회의가 그동안 자치관리를 통해 경비원들을 직접고용하면서 경비원 노조와 임금 인상, 휴게시간 조정 문제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와, 더이상 법적 책임 등 골머리 앓는 일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고용 관련 부담을 모두 맡겨버리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휴게시간 주차관리 두고도 논쟁
경비원들은 그동안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수시로 입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주차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24시간 격일제 근무 중 휴게시간 6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며 3년간 체불임금 8억원을 주장하며 지난해 진정서 제출과 별개로 이에 대한 민사소송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비원은 “경비실 문을 잠그고 쉬려고 해도 입주민이 문을 두드리거나 밖에서 부르면 이를 무시하기가 힘들고, 밤이고 새벽이고 들어오는 시간들이 달라 자다가도 불려나가 주차를 도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3월 경비원들의 임금체불 진정서 제출 이후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경비원들의 휴게실을 마련하고 입주민들에게 휴게시간 및 휴게시간 업무 불가에 대한 안내를 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휴게실이 일하는 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휴게실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실제로 휴게실 이용을 잘 하지 못했으며, 휴게시간 안내를 해도 입주민들은 원하는 시간에 주차관리를 계속해서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이 입주민에게 대리주차에 따른 팁(수당)을 받기 위해 스스로 운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체 수집한 증빙서류를 노동청에 전달했다. 휴게시간의 주차관리에 대해 입주민들이 따로 수당을 지급했으므로 임금체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경비원 해고사태에 대한 언론 기사에 자신이 현재 구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이라고 밝히며 각 세대마다 경비원들에게 매달 대리주차에 대한 수당을 몇 만원에서 10만원 정도까지 내고 있었는데, 경비원들이 주차관리에 대한 임금까지 요구하니 해고를 하게 된 것이라는 댓글들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이에 대해 “일부 입주민들이 감사의 의미로 불규칙하게 준 것을 수당이라고 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비원들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송재범 노무사는 “입주민들이 팁을 준 것은 공식적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므로 임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제 용역전환 후 순찰조 28명이 24시간 격일(휴게시간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 야간 4시간)로 일하며 41개동을 순찰하고, 주차관리 등을 할 수 있는 관리원 68명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교대로 일하게 돼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 사이 주차 및 출차는 입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경비원 A씨는 “바뀐 체제로 운영이 될 경우 많은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며 “많은 경비원들이 오랫동안 입주민들과 친분을 유지해왔고,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경비원인데, 주차관리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을 결국 경비원들이 듣게 돼 웃으며 마주해야 할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A씨는 “용역전환을 반대하는 입주민들도 많았는데 대표회의가 중요한 결정을 입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했다”며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서명운동을 받아주지 말라고 회유하는 안내방송 등을 하며 많은 방해를 했다”고도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표회장 임기가 2월 말 종료돼 그 전에 서둘러 용역전환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경비원 노조는 법원에 대표회의의 용역전환 결의 효력 정지와 용역전환 추진을 위한 행위 등의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이제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경비원들은 입주민 또는 대표회의 구성원이 아니고, 대표회의 결의는 경비원들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표회의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한 결의의 효력을 다툴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표회의의 경비원에 대한 해고 의사표시의 효력 정지 신청에 대해서는 “가처분을 명할 시급한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해고의 효력 유무는 본안소송에서 당사자의 충분한 변론과 입증을 통해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일부 경비원들은 고용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1일부터 새로운 대표회의가 결성됨에 따라, 구현대아파트의 경비원 운영 방향이 또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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