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원 제천지원 판결

주차구획선 내 빙판사고,
“관리주체 등 손배 책임 없다”

모든 도로 제설작업 불가능
입주민 보행 주의도 필요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 도로에 생긴 빙판.(기사내용과 무관)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단지 내 생긴 빙판에서 입주민이 미끄러져 부상 등을 입는 사고에 대해 법원은 관리주체의 안전관리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고 있다. 그렇다면 관리주체에게 요구되는 안전관리 의무는 어느 정도일까. 제설작업이 돼 있지 않은 구역에 생긴 빙판에서 입주민이 미끄러져 사망한 사고에 대해 관리주체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민사부(재판장 신현일 부장판사)는 충북 단양군 A아파트 단지 내에 생긴 빙판에서 넘어져 병원 치료 중 사망한 입주민 B씨의 남편과 자녀 6명이 이 아파트 관리소장 C씨와 입주자대표회장 D씨 등 동대표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해 1월 31일 오후 4시 10분경 A아파트 단지 내 주차구획선 내에 있던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 중 이틀 뒤인 2월 2일 숨졌다. 이에 B씨의 가족들은 이 아파트 관리소장 C씨가 관리주체로서 빙판으로 인한 미끄럼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대표회장 D씨와 동대표들은 C씨의 안전관리 의무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아파트 입주자로서는 눈이 많이 내린 후 기온이 하강해 빙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단지 내 인도와 도로를 보행하는 경우에 관리주체가 제설작업을 통해 빙판을 제거한 인도와 도로 부분 등 빙판이 없는 안전한 길로 보행하는 등으로 도로 상황에 알맞은 보행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미끄럼 사고의 위험을 스스로 방지할 것이 기대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동이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해 아파트의 입주자에게 기대되는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이라며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무렵 만 77세의 고령으로서 거동이 불편했던 B씨는 그와 같은 이용 방법에서 벗어나 만연히 빙판이 있는 주차구획선 내의 구역으로 걸어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고 관리소장 C씨 및 피고 대표회장 D씨 등 동대표들의 주의의무 위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설 및 결빙은 자연현상으로서 위험성의 정도나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통상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일시에 나타나고 일정한 시간을 경과하면 소멸되는 일과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 점을 지적하며 “동절기 공동주택 공용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를 이행함에 있어 완전한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추고 제설작업을 해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요구할 수 없고, 관리주체에게 부과되는 안전관리 의무의 정도는 공용부분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도 함께 고려하되 공용부분을 이용하는 사람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리소장 C씨를 비롯한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5명은 지난해 1월 27일부터 사고 당일인 31일까지 각동 진입로 인도 및 계단 등에 염화칼슘 등으로 제설작업을 했고,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 노약자의 외출 자제와 외출 시 결빙 구간을 피해 출입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하면 관리주체로 하여금 아파트 단지 내 보행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인도 및 도로 부분을 넘어서 아파트 내의 인도 및 도로에 형성된 모든 빙판을 제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 사건 사고 지점인 주차구획선 내의 구역은 차량이 상시적으로 주차됐다가 출차되는 공간이므로 눈이 내린 다음 차량이 주차돼 있는 동안에는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B씨를 태워 내려준 후, 넘어진 B씨를 도운 택시기사 E씨의 증언에 의하면 E씨는 이 사건 사고 직후 빙판에 넘어져 있던 B씨를 빙판이 없는 옆 부분으로 이동시켰다고 했으므로 빙판 옆에는 빙판이 없는 안전한 공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관리소장 C씨와 대표회장 D씨 등 동대표들이 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B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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