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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표준관리규약과 관리규약의 강제박종두 한국주택관리산업연구원장
승인 2018.02.09 09:39|(1184호)
박종두 원장

현행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마련하는데 기저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관리정책은 오직 규제를 강화하는데 몰입해 한 달이 멀다하고 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신년에 들어서면서도 2018. 1. 2.자로 민홍철 의원은 표준관리규약을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으로 의무화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동 개정안은‘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1항 중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을 ‘입주자등이 준수해야 할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으로 하고, 같은 조 제2항을 ‘입주자등은 제1항에 따른 관리규약의 준칙에 따라 관리규약을 정한다’라고 규정해 표준관리규약을 입주자들의 관리규약으로 강제한다.

발의자들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은 시·도지사가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입주자와 사용자 등이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해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근 일부 공동주택에서 관리규약의 준칙을 ‘단순 권고 또는 참고 사항’으로 해석해 관리규약의 준칙의 내용 및 취지와 다르게 관리규약을 정하는 사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시·도지사는 입주자 등이 ‘준수’해야 할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고, 입주자 등은 관리규약의 준칙에 따라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시·도의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모든 공동주택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하려는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해 입주자 단체는 물론이고, 주택관리 관련 단체들은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관리규약은 어떤 의미(지위)를 가지는 것이며, 법률로써 이를 강제할 대상이라 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치규범으로서의 ‘관리규약’은 법률로 강제할 대상이라 볼 수 없어
 ‘법률용어사전’은 ‘규약’의 의미에 관해, “어떤 단체가 법령으로 정하는 준칙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전원 또는 대표원에 의해 정한 준칙”이라 정의한다. 이와 같이 규약은 어떤 특정 단체의 활동 준칙으로서 사인 간의 회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개정안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관리규약’은 결국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한 준칙으로서 입주자 간의 합의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동주택 입주자 간의 관리규약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한 ‘표준관리규약’으로써 이를 강제할 수 있는가. 사법질서(私法秩序)에 관해, 근대법은 사유재산권존중의 원칙과 더불어 사적 자치의 원칙, 즉 법률행위자유(계약자유)의 원칙을 확립했다. 그리하여, 우리 헌법 전문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고’라고 전제하고, 나아가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119조는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선언한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상 사법관계질서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개인과 단체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이와 같은 사인 단체 상호 간의 합의규약에 대해 정부가 표준규약의 준칙을 제시하고 이를 규약의 내용으로 정할 것을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소위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상 사법질서 원칙, 즉 법률행위 내용의 자유(계약내용의 자유)의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 된다.

다만, 이와 같은 규약 내용의 강제는 헌법 제32조 제2항의 공공복리를 위한 법률상 제한이라 볼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공동주택 관리감독의 주무관청이나 일부 연구자 중에는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공공성 또는 공공재성을 들어 공법적 제한을 합리화하려는 견해가 있다.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이 구분소유자들의 공유로 된 이상 공용부분의 사용이나 관리에 공동성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두고 공공재성 또는 공공성을 갖는다고 할 것인가.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공공재성 또는 공공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는 별개로 하고, 공동주택 단지의 현실은 공동주택의 단지가 사유지라는 것을 들어 단지 내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 요새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공공재성 또는 공공성의 개념은 일반 공중의 사용에 제공 또는 공공의 질서유지라는 본래 의미의 공공재 또는 공공성의 개념과는 구별됨은 분명하다.   

또한, 공공주택 공용부분의 관리와 입주자들의 생활규칙을 정한 자치관리규약이 과연 법률로 제한이 요구되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 표준관리규약의 내용을 들춰 보지 않더라도 수긍하기 어렵다.

공동주택의 관리는 단지 특성에 따라 전문성을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편, 발의자들이 들고 있는 시·도지사가 제시한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해 정하도록 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또한 표준관리규약의 준칙을 관리규약의 준칙으로 정함으로써 시·도의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모든 공동주택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하려는 것은 타당한 정책이라 볼 수 있는가. 

본래, 표준관리규약은 그 목적이 하나의 모범 준칙으로 제시되는 것일 뿐 그 채택이나 적용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며, 이와 같은 판단은 이미 법원이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그것은 사법질서의 원칙상 국가기관이 정한 규정이나 타인이 마련한 준칙이 사인 단체 내부관계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시·도의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모든 공동주택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 그 실효성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일반 법규인 명령(또는 규칙)이나 조례로 정해 시행할 것이지 개정안에서와 같이 법률로서 관리규약의 내용으로 강제할 것은 아니며, 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공동주택의 관리는 단지의 규모나 연륜 및 생활수준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관리 형태를 개발해 관리의 전문성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모든 공동주택에 표준관리규약의 준칙을 통일적으로 채택토록 해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모든 공동주택에 일관되게 적용하려는 필요는 오늘날 공동주택의 관리실정에도 맞지 않는 소위 행정편의주의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개정안은 공동주택관리법이 공법인 점에서 입주자 상호 간의 적용에 한계를 극복할 방편으로 이들을 관리규약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 이와 같은 편법을 취해 그 실효성을 확보할 것은 아니다. 집합주택이 공동주택인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동주택이 개인의 사유재산인 이상 정부의 공동주택 관리정책은 사법상 소유권의 공유이론에 충실해 입주자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관리토록 유도하고 국가는 이에 조력하거나 지도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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