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헤르페스 바이러스 뇌염 등이 발병한 아파트 관리직원이 산재요양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불승인처분을 한 것에 대해 법원도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단독(판사 정용석)은 최근 광주 서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설비과장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C사는 2013년 9월 1일 B씨와 최초 근로계약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기간 종료 후에는 근로자의 건강상태, 근무태도 등을 고려해 다시 계약기간을 9개월 연장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그달 총 5일에 걸쳐 A아파트중앙동 바닥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다음 달인 10월 B씨는 감기몸살 증세로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급성 인두염, 또 다른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열 등으로 진료를 받고 집에서 아내와 대화하는 도중 엉뚱한 말을 하고 한 말을 반복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대학병원에 내원해 헤르페스 바이러스 뇌염, 난치성 간질을 동반하지 않는 복합부분발작을 동반한 국소화 관련 증상성 간질 및 간질성 증후군, 경도인식장애 진단을 받았다.

B씨는 2014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헤르페스 바이러스 뇌염 등에 대한 산재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됐고, B씨는 2016년 9월 다시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했다.

이에 B씨는 “근무한 단지는 규모에 비해 근무인원이 적어 근무환경이 열악했고, 이에 따라 본인은 재해발생 직전 고된 보수공사를 혼자 시행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고 재해 당시 근로계약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해고 위험에 직면해 고용불안에 따른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거나 자연 경과적 진행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2007년 1월부터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등 발병 시까지 아파트 등 건물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다.

재판부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성인의 60~98%에서 감염이 확인될 정도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 중 하나고, 한 번 감염이 일어나면 체내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평생 인체 내에서 대부분 잠복 형태로 존재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피곤함, 자외선이나 열, 추위 등에 노출, 성 접촉, 월경, 발열 등 자극에 의해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감염 질환으로 알려져 있고 이 바이러스에 대한 원고 B씨의 감염 시기를 알 수 없다는 진료기록 감정의의 소견과 그 밖에 원고 B씨의 감염 경로를 알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다는 점에 비춰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증상의 재발 요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 등이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에 관해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없고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발요인이 있다는 감정의 소견에 비춰 재발요인 중 어떠한 요인이 병 재발이나 뇌염으로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개월의 계약기간도 근로계약에서 정한 사항으로 원고 B씨는 계약체결 당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근로계약기간 만료가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스트레스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B씨의 경제력 등에 비춰 보면 고용불안으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수작업은 5일 동안 간헐적으로 시행됐고 원고 B씨의 근무경력이나 근로시간 등을 살펴보면 보수작업으로 과로에 시달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뤄진 요양 불승인 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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