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결정···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결의한 것은 ‘위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주상복합아파트의 아파트와 상가·업무시설 구분관리를 위해서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아파트와 상가 구분소유자들로 이뤄진 관리단을 구성해 의결해야 하므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및 입주자들의 찬성만으로 구분관리를 결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문보경 부장판사)는 최근 대전 유성구 A주상복합아파트의 아파트 및 상가 구분소유자 B, C, D씨와 상가 구분소유자 E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효력정지등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이 사건 신청 중 공동주택 관리규약 효력의 정지를 구하는 부분은 각하한다”며 “집회결의무효 등 확인소송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대표회의의 2017년 9월 결의 중 아파트·상가 업무시설 구분관리 안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표회의는 구분관리절차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개정 전 관리규약에 따라 A건물 전체를 사실상 관리하면서 관리비를 징수해오던 아파트 주거부분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9월 “아파트와 상가·업무시설이 구분되지 않고 관리돼 상가·업무시설의 체납관리비 미회수로 입주민들의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독자적인 관리단을 조직, 구분관리를 위해 관리단집회를 개최해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찬성 결의를 구한다”는 목적을 명시한 후 대표회장 명의로 구분관리를 안건으로 한 관리단 집회를 소집했고, 통합 관리해 온 이 건물을 아파트와 상가·오피스텔로 구분관리하기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표회의는 결의에 따라 2017년 10월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개정 규약은 그해 11월 1일자로 시행하기로 했다. 관리규약 개정내용은 ‘공용부분 범위를 변경하고 지하주차장과 지하양수시설, 대피시설 등의 설비와 텔레비전 구내 전용선로 설비 등의 공용 부대시설은 아파트와 상가·업무시설 양측의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에서 공동관리, 공동관리 시설의 관리와 관련한 아파트와 상가·업무시설의 각 일부 공용부분은 관리단들이 협의해 결정’ 등이다.

이에 아파트·상가 구분소유자 B씨 등과 상가 구분소유자 E씨는 “이 건물을 구분관리하기 위해서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아파트와 상가가 각각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을 구성해야 하고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은 집합건물법에 따라 규약 제정 및 일정한 조직행위를 거쳐 구성돼야 함에도 대표회의는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표회의 의결과 입주민 과반수 찬성 절차만으로 구분관리를 결정했다”며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결의 및 규약 효력을 정지하고 대표회의에 대해 구분관리절차 이행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 결정을 구했다.

우선 재판부는 관리규약 효력 정지를 구하는 부분에 대해 “관리규약은 공동주택 입주자 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건물 관리에 관한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자치법규”라며 “그 효력을 다투는 것은 결국 일반적, 추상적 법규의 효력을 다투는 것일 뿐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피보전권리에 대해서는 “이 사건 결의는 관련 법령 및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에 위반해 이뤄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가처분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명시했다.

집합건물법은 건물에 대해 구분소유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는 전원으로서 건물 및 그 대지와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을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일부공용부분이 있는 경우 그 일부의 구분소유자는 법령에 따라 별도 규약을 만들고 그 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을 구성할 수 있다.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은 법령에 따라 일부공용부분의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결의로 설립되고 이러한 규약은 일부공용부분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 다수의 결의에 의해 설정돼야 한다.

이에 재판부는 “일부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은 일부공용부분을 공용하는 구분소유자들이 규약을 설정하는 별도의 조직행위를 거쳐야만 설립되므로, 이 건물을 아파트와 상가로 분리해 구분관리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공용부분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 결의에 의해 규약을 제정함으로써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을 구성했어야 함에도, 별도 조직행위 없이 대표회의에 의해 이뤄진 이상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대표회의의 ‘사실상 대표회의가 주체가 돼 이 건물을 관리했고 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과 동일하다’는 주장에는 “대표회의가 주체가 돼 사실상 관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에 의한 자치적 관리라고 볼 수 없고, 대표회장은 관리단 집회의 결의라는 관리인 선임 절차에 의해 선임되지도 않았으므로,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표회의 명의로 총회를 소집해 구분관리를 의결한 결의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건물 상가와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은 아파트 구분소유자들뿐만 아니라 상가 구분소유자들에게도 이해관계가 미치는 사항이므로, 구분관리 의결은 대표회의가 아닌 건물 전체의 관리단 명의로 소집돼 아파트와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의견수렴을 기초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이 사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표회의에 대해 구분관리절차의 이행금지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있다”며 “이 사건 신청 중 관리규약 효력정지 부분은 부적법해 각하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있어 인용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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