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도로교통법상 ‘도로’ 해당여부 불분명
주차장 진출입 관리·이용 여부 따져야

주민 안전 위협 큰 단지 내 도로
도로교통법 포함토록 개정 필요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운전면허 없이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운전한 행위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일 강원 강릉시 A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운전면허 없이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등 상고심에서 무면허운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돌려보냈다.

B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7시경 강릉시 A아파트 단지 내 ◯◯동 지하주차장에서부터 같은 ◯◯동 지하주차장까지 약 50m 구간을 운전했다.

원심은 지난해 10월 12일 B씨의 행위가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를 위반한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해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43조를 위반한 무면허운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자동차 등을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도로, 즉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며 위 본 도로가 아닌 곳에서 운전면허 없이 운전한 경우에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차장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지하주차장으로서 아파트 주민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경비원 등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라면 도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주차장이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피고인 B씨가 지난해 5월 14일에 한 자동차운전행위는 도로교통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 사건 주차장이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데도 이 사건 주차장의 진·출입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이용 상황 등에 관해 별다른 심리 없이 피고인 B씨의 자동차운전행위가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한 것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도로와 무면허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운전자 B씨는 당시 음주상태로 운전했고 폭행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더해진 상태였는데, 아파트 단지 내 주민 안전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접수 건의 16.4%가 ‘도로 외 구역(아파트·대학 등)’에서 발생, ‘도로 외 구역’의 법규위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음주사고 41.2%, 중앙선침범사고 19.25, 무면허사고 13.8% 순으로 일반도로에서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2013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 데이터 총 153만2254건을 분석한 결과여서 현재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 외 구역은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곳으로 교통사고 통계집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 책임연구원은 “2011년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음주와 뺑소니사고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하게 돼 있으나 중앙선침범, 무면허사고는 다건 발생하고 있지만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 도로가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 ‘운전’의 정의 부분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