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개의 해 ‘무술년(戊戌年)’이다. 천간의 동양적 해석으로 ‘무(戊)’가 황(黃)과 통하기에 사람들은 속칭 ‘황금 개의 해’라고 부른다.

개는 참 친근한 동물이다. 우리 말에 유독 개와 관련된 속어·성어가 많다. ‘개 팔자가 상팔자’ ‘죽 쒀서 개 줬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개밥에 도토리’ 등. 모두 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이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개는 의리, 충절의 상징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인간은 개를 배신해도 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충견’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몇 해 전 아르헨티나에서 사망한 주인의 곁을 20여일간 떠나지 않고 지켜 시신 발견에 도움을 준 충견의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다. 장거리 여행을 떠난 한 남성이 자동차 고장으로 애견과 함께 도움을 청하러 길을 나섰다가, 마침 그 지방에 폭설이 내리며 연락이 두절됐다. 가족들의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색에 나섰으나 안타깝게도 23일 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런데 그와 함께 길을 나섰던 개가 눈에 뒤덮인 주인의 곁을 23일이나 지키며 사망한 주인의 위치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또 일본 영화 중에 ‘하치이야기’가 있다. 실화에 기초해 만든 이 영화는 시부야 역에서 10년 동안 매일 주인을 기다린 충견 이야기다. 날마다 주인을 역까지 배웅했던 개 하치는 주인이 돌연 쓰러져 급사했지만 이를 알 리가 없기에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역에서 한 해, 두 해 기다린다. 그러다가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눈 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긴 기다림 속에 하치도 영영 눈이 돼 버린다.

우리나라 전북 임실에도 주인을 살린 충견의 전설 ‘오수 의견(義犬)’이 있다. 어느 날 주인이 장에 다녀오다 만취돼 길에서 곯아떨어져 잠이 들었다. 때마침 산불이 나 번지던 불길이 주인 근처로 오자 다급해진 개는 주인을 깨우려고 온갖 방법을 다 했으나 소용이 없자, 물속에 뛰어 들어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인 주변을 적시는 일을 수백 번 반복해, 불길을 겨우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개는 지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런 얘기를 듣노라면 괜히 가슴이 짠해진다. 한편으로 공동주택 관리를 떠올리며 선관주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오버랩된다.

얼마전 충북 제천에서 큰 화재가 났다. 인명피해가 유난히 컸다. 대형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인재’라는 단어다. 이번 화재사고도 ‘인재’였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에 그것의 전조현상으로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다고 한다. 그것을 간과하면 틀림없이 대형사건이 터진다는 게 ‘하인리히 법칙’이다.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허버트 하인리히가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한 내용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교훈이다.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 특히 겨울철은 화재·동파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시설물 관리상 중요한 시기다. 그 시설물 관리의 대원칙은 기본에 충실하고 수시로 살피는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해서 관리하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것이 대형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때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지언정 안 고치고 그대로 내버려두고,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