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위·수탁 관리계약상 의무불이행이 아니어서 계약해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어도 민법상 위임계약이 적용돼 해지통지 이후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는 계약에 따른 위탁관리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박만호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북구 A아파트 전(前) 관리업체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용역비 청구소송에서 “제1심 판결에서 인정된 피고 대표회의의 손해배상금 1302만7400원 지급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441만7339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관리업체 B사는 이 아파트 대표회의와 2012년 6월 1일부터 2015년 5월 31일까지를 기간으로 하는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중 2014년 8월 18일 입주자대표회의는 C씨를 임시 대표자로 선출했고 C씨는 같은 달 20일 B사가 변압기 관리소홀, 장기수선충당금 및 예비비 부적절 사용, 하자보수협상 해태, 동대표 선거관리 소홀, 관리비징수 해태 등을 이유로 들어 B사에 계약해지 통지를 한 후 2014년 8월 21일까지 발생한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용역비를 지급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관리업체 D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했는데, 2014년 12월 5일 돌연 대표회의를 개최해 D사를 철수시키고 다시 B사를 관리업체로 회복시키기로 하는 결의를 했다가 2015년 1월 14일 E사를 새로운 관리업체로 선정했다.

B사는 2014년 8월 20일 관리계약 해지는 대표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고 관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해 계약해지는 위법하므로 이후 근무한 직원들의 인건비와 2014년 9월 1일부터 2015년 1월 31일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 위법한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15년 2월 1일부터 2015년 5월 31일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2017년 5월 19일 “계약불이행 등의 경우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위·수탁 관리계약 규정만으로 계약당사자의 임의해지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C씨가 피고 대표회의 결의를 거쳐 한 계약의 해지는 원고 B사의 계약불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적법하게 효력이 있다”며 “다만 계약해지의 종료시점에 관해 원피고가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계약해지 2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그 내용을 통보해야 하고, 계약불이행에 따른 계약해지에 관한 규정은 임의해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므로 이 사건 계약은 피고 대표회의가 계약해지를 통지한 2014년 8월 20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 21일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관리소장 F씨2014.8.22.~2014.10.20.)의 인건비 567만원, 전기과장 G씨(2014.9.1.~2014.9.26.)의 인건비 240만1400원, 경리주임 H씨(2014.8.22.~2014.10.20.)의 인건비 375만5700원과 2014.9.1.부터 2014.10.20.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 120만300원 등 모두 1302만7400원을 원고 B사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에서는 B사의 계약의무 불이행 여부는 판단했지만, 민법상 위임계약 규정이 적용돼 최종적으로 B사가 지급받게 될 관리용역비가 달라지게 됐다.

2심 재판부는 “관리소장 F씨는 2014년 8월 21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전기과장 G씨는 2014년 9월 1일부터 2014년 9월 26일까지, 경리주임 H씨는 2014년 8월 22일부터 2014년 10월 24일까지 근무해 관리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기간은 관리계약에서 정한 기간 내이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F, G, H씨의 인건비 및 2014년 9월 1일부터 2015년 1월 31일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변압기 관리소홀 등 계약상 의무불이행에 대해서는 “원고 B사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해지통지는 계약 해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아파트 위·수탁 관리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이므로 해지통보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의 효력을 가지므로 이 사건 계약은 2014년 8월 20일에 해지됐다”며 “원고 B사는 해지통지 이후에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위탁관리수수료 등을 청구할 수 없다”며 대표회의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B사는 C씨가 적법하게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볼 수 없어 권한 없는 자에 의한 해지로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C씨를 회장으로 선출한 행위에 중대·명백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표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B사는 대표회의가 스스로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번복해 B사에 위탁업무를 계속해 수행하도록 지시했으므로 계약의 해지는 소급적으로 효력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와 같은 인정사실만으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가 소급적으로 효력을 소멸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재판부는 “차기 관리주체가 선정될 때까지 기간으로 정해 B사에 관리업무 수행을 맡기기로 한 2014년 12월 5일 결의로 인해 원고 B사는 차기 관리주체가 선정된 2015년 1월 14일까지 이 아파트의 관리주체 지위를 취득했으므로 원고 B사는 피고 대표회의에 이 기간 동안 근무한 인건비 및 위탁관리수수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관리소장 F씨(2014.12.5.~2015.1.11.)의 인건비 354만72원과 2014년 12월 5일부터 2015년 1월 14일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 87만7267원 등 모두 441만7339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한편 B사는 이 같은 2심 판결에 불복,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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