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감정인 시험결과 공용 50%,
전유 83.3%, 대피공간 33.3% 불합격

“갑종방화문 최소 1시간 이상
내화·차연성능 구비해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최근 화재 발생 시 일정시간 이상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 거주자의 대피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방화문의 설치 당시 내화성능 불충분 하자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주의를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45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평택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시행사 B사, 시행사 겸 시공사 C사, 시공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B, C사는 연대해 원고 대표회의에 8억8415만6503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재 발생 시 일정 시간 이상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 거주자의 대피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방화문의 본질적인 기능을 고려하면 건축물에 설치되는 갑종방화문은 사회통념상 치소한 1시간 이상의 비차열 내화성능 및 차연성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감정인의 하자감정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 아파트 방화문 중 일부에는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법원이 이 아파트에 설치된 갑종방화문 18개 표본에 대해 하자감정을 실시해 방화문 종류별로 절반은 미는 면, 나머지 절반은 당기는 면을 가열하는 방법으로 성능시험을 한 결과, 10개는 1시간 이상의 비차열 내화성능 및 차연성능을 갖추지 못하고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아파트의 2010년 7월 사업계획 승인 당시 시행되던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에 기준에 관한 규칙(2008.3.14. 국토해양부령 제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건축법 시행령 제64조의 규정에 의한 갑종방화문 및 을종방화문은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시험기준에 따라 시험한 결과 각각 비차열 1시간 이상 및 비차열 30분 이상의 성능이 확보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방화셔터 및 방화문의 기준(건설교통부 고시 제2005-232호)에서는 ‘방화문은 KS F 2268-1(방화문의 내화시험방법)에 따른 내화시험 결과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6조의 규정에 의한 비차열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갑종방화문에 대해 KS F2268-1 기준(방화문의 내화시험방법)에 따라 내화성능을 시험해 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의 비차열 시험과 차연(연기 차단)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비차열시험 도중 ①문짝 변형 ②문틀 변형 ③가스켓 화염 발생 ④도어록 파손·화염 ⑤도어체크 파손·화염 ⑥화염발생 중 한 가지라도 발생하거나 차연시험 도중 공기누설량(0.9)를 초과할 경우 내화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시행사·시공사들은 이 아파트 방화문 설치 당시 성능시험을 실시해 2008년 9월 및 2010년 1월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화문 제조업체가 2008년 9월 및 2010년 1월 방재시험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해 비틀림 강도 방화성(비차열 60분), 차연성 등 품질에 관해 적합 판정을 한 시험성적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각 시험성적서는 2400×2400 규격의 공용부분 양여닫이문과 1200×2400 규격의 현관문에 대한 것으로, 이 아파트에 설치된 공용부분 양여닫이문(FSD-1)의 규격은 2580×2100, 현관문(FSD-A)의 규격은 1100×2100이므로 시험성적서의 시험체가 이 아파트 방화문과 동일한 구성과 재질성능을 가진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 시험성적서의 결과만으로는 원고 대표회의와 피고들의 면밀한 협의 아래 진행된 감정결과를 뒤집고 방화문의 설치 당시 내화성능이 충분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행사 측은 방화문에 대한 감정이 이미 설치된 방화문을 철거해 시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철거 과정에서 방화문에 뒤틀림 및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감정결과를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정인이 방화문 하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은 KS F2268-1(한국산업규격 방화문의 내화시험방법)이 시험체 설치방법에 관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방화문의 구성체로 시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규정의 취지가 감정인이 기 설치된 방화문과 동일한 규격으로 새로 제작된 시험체에 대해 방화문 성능시험을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감정을 위해 방화문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감정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로 방화문에 훼손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행사 측은 또 방화문 하자담보책임기간 2년이 도과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아파트 방화문 하자는 사용검사 전 하자에 해당한다”며 “방화문 하자가 사용검사 후의 하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못 박았다.

즉, 방화문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아 인명의 피해를 줄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비로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무게와 두께의 금속을 비롯해 쉽게 변질되지 않는 재질로 구성되고 견고하게 설치되는 것이 통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자의 통상적인 거주 환경에서 방화문의 내화성능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설령 방화문 하자가 사용검사 후의 하자로서 하자담보책임기간 2년이더라도 2년의 책임기간은 하자보증기간이 아닌 하자발생기간”이라며 “원고 대표회의가 입주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피고에게 각종 하자를 지적하며 보수공사를 요청했음에도 아파트에 하자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원고 대표회의가 피고들에게 이미 발생한 전반적인 하자를 지적하고 그 대책을 요구함으로써 각 하자 부분에 대한 포괄적인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봐야 하고, 방화문 하자는 사용검사일로부터 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발생해 현재까지 보수되지 않은 하자로서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방화문 하자보수비는 문짝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산정할 때 7억8754만5186원, 액체방수 및 타일하자보수비는 6억8604만8986원이지만, 사용검사일 이후 자연발생적 노화현상 등을 감안해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은 60%로 제한, “피고 시행사 B사와 시행사 겸 시공사 C사는 연대해 원고 대표회의에 8억8415만6503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경기 평택시 A아파트는 2010년 7월 사용검사를 받았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 무렵부터 시공사들에 단지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발생한 하자의 보수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시공사들이 하자를 일부 보수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하자가 남아 있었다.

이에 대표회의는 “이 아파트에는 계단실, 기계실 등 공용부분, 세대 현관 및 대피공간에 시공된 방화문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내화·차연성능을 갖추지 못했다”며 “지하주차장, 데크주차장 등 공용부분 및 세대 욕실발코니 바닥의 방수두께가 부족하고 각동 계단실 등 공용부분 및 세대욕실, 거실 벽체 타일 등의 균열, 들뜸이 발생했다”고 주장, 하자보수비 지급을 요구해 이 같은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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