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출퇴근 시간 준수 지시를 거부해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입주자대표회의 관인 무단 날인으로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입주민과의 신뢰관계를 훼손한 관리소장을 해고한 것은 일부 해고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동구 A빌라 관리소장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관리소장 B씨는 A빌라 전임 입주자대표회장 등의 양해에 따라 출퇴근 과정에서 은행업무 등 외근업무를 수행하며 정규 근무시간보다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했다.

2015년 9월 신임 대표회장으로 C씨가 선출되면서 C씨는 관리소장 B씨에게 출퇴근 시간을 준수할 것과 1일 1회 A빌라를 순찰할 것을 요구했는데, B씨는 출퇴근 시간에 외근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전임 집행부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입주자대표회의는 임원선출 회의를 개최했고 B씨는 회의 결과 안내문을 사용자 관인을 날인해 게시, 대표회장 C씨는 B씨에게 검토도 거치지 않고 게시했다고 질책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표회의 총무인 D씨는 B씨에게 근무시간 준수 및 1일 1회 빌라 순찰을 요구했으나 B씨는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B씨는 2015년 10월 대표회의 관인을 날인해 회의 개최 안내문을 게시했다가, 같은 날 대표회장 C씨로부터 ‘총무와 협의 후 최종결정된 것을 보고 후 게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안내문을 뗀 뒤 다음 날 안건을 추가한 안내문을 게시했다.

같은 달 대표회장 C씨는 B씨에게 업무추진 방향이 맞지 않다며 사직을 요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부하자 B씨에게 2015년 11월 15일까지만 근무할 것을 구두로 통보, 대표회의는 해고통보서를 교부했다. 대표회의는 2015년 11월 11일 B씨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해 과반수 찬성으로 B씨를 면직하는 내용의 의결을 했다.

B씨는 지난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출퇴근 시간 준수 불량 등 해고사유가 인정되고 해고에 절차상 하자도 없다며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했다.

이에 B씨는 “주택법 시행령 및 관리규약에 따라 자치관리기구 직원 임면은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함에도 의결 없이 해고를 통보했고, 출퇴근 시간에 외근업무를 처리한 것은 전임 회장들의 승인 하에 이뤄진 것인 점 등에 비춰 해고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표회장 C씨가 2015년 10월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원고 B씨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보한 사실이 있으나, 대표회의는 그해 11월 원고 B씨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해 원고 B씨의 면직을 의결했으므로 이 사건 해고통보는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출퇴근 불량에 대해서는 “원고 B씨가 전임 대표자로부터 출퇴근 시간에 외근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승낙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임 대표자로부터 출퇴근 시간 준수를 지시받았다면 이에 따라야 하고, 대표회장 변경 이후인 2015년 9월과 10월 원고 B씨가 은행 업무를 처리한 것은 8차례에 불과함에도 그 외 시간에 지각 등을 한 현황이 있는데 이 경우 원고 B씨가 출퇴근 시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외근업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 원고 B씨가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어 해고사유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회의 관인 날인해 안내문 게시, 대표회의 승인 없이 임의로 안내문 게시 부분 해고사유도 인정했다.

이 사건 해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에도 “원고 B씨에 대한 해고사유 중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나, 원고 B씨는 관리소장으로서 A빌라 유지, 보수, 경비, 청소 등 광범위한 업무를 총괄해 수행해야 할 위치에 있으므로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입주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수적인 점, 출퇴근 시간 준수 지시에도 이를 거부한 점, 출퇴근 시간 미준수로 입주민들이 불편(관리사무소 방문 시 부재 등)을 겪은 점, 대표회의 관인을 무단 날인해 안내문을 게시한 점 등에 비춰 원고 B씨와 대표회의 사이에서는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손상됐고, 그 책임은 원고 B씨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씨에 대한 일부 해고사유가 인정되고 인정되는 사유만으로도 해고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 B씨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관리소장 B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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