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오사카 프라자 우타지마(PLAZA 歌島) 관리조합 방문기(2)/ 김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전문위원

거주자 공동체 의식 강해
42년 전 준공 때부터 위탁관리
현 관리회사와 32년째 인연
업무성과로 재계약 결정

단지를 한 바퀴 돌고 나니 프라자 우타지마의 관리는 무척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방문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단지 구석구석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고 자전거, 쓰레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자기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설명을 들어보니 계획적인 관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져오고 있었던 것도 한몫 했다. 프라자 우타지마에서 현재 수립하고 있는 장기수선계획은 2012년부터 36년간, 2048년까지다. 2048년이면 단지의 내용연수가 73년이 된다. 다이나카 이사장은 프라자 우타지마를 100년 이상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자산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인식이 관리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리사무소 전경 <사진제공=한국주택관리협회>

잠시 들른 관리사무소에는 현장에 관리원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휴게공간과 대기공간을 제외하고 두 명이 사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기에 좁은 편이다. 그럼에도 화재경보, 시설물 감시판 등 필수적인 설비를 비롯해 각종 서류들이 잘 정리돼 있었다.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관리사무소 안쪽에 청소원 2명 정도가 휴게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TV를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 쪽을 의식하거나 돌아보지 않았다. 우선 휴게공간의 위치와 휴게시간을 준수하는 점, 외부의 방문객이 대거 방문했지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당연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른 것이 분명하다. 청년 택배 배송기사도 연신 “위험하니 길을 좀 비켜주세요. 지나가겠습니다”를 외쳤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왔다. 직업의식을 가지고 당당한 자세로 업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관리사무소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한다. 대지 경계 벽도 없는 이 단지는 경비원도 없고 방범카메라만 있다. 이 모든 것은 관리조합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프라자 우타지마 관리조합 운영 40년의 역사를 기록한 기념 책자(2017년 발행) <사진제공=한국주택관리협회>

이쯤 되니 프라자 우타지마의 위탁시스템이 궁금해졌다. 1975년 준공 당시부터 위탁관리를 하고 있었고 10년간 관리해오던 ‘후지 하우징’이라는 관리회사를  1984년에 ‘기쿠타 멘테넌스’로 변경해 현재까지 관리해오고 있다. 10년간 관리를 지속한 것도 놀라운데 변경 후의 관리회사와는 32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맨션관리회사에게 위탁하고 있는 업무는 기간사무, 관리원 업무, 청소업무, 그 외 설비관리업무(원격감시업무 포함) 등 4가지로 구분한다. 기간사무는 출납, 회계업무, 보수공사 및 설비 점검업무의 보조와 보고업무인데 기간사무는 관리회사 본사에서 담당한다. 설비관리업무도 마찬가지다. 맨션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서 이뤄지는 업무는 관리원업무와 청소업무인데 출퇴근 관리원 2명과 청소원 4명 체제로 운영한다. 관리원은 각종 안내, 입주자관리, 일상점검, 작업 입회, 보고업무, 관리보조업무이고 청소업무는 매일 하는 업무, 수시업무의 작업 장소, 내용, 정기청소, 특별청소의 시기, 방법 등이 상세하게 지정돼 있다. 관리업무의 범위, 현장관리원, 청소원의 근무시간, 휴게시간 등을 포함해 모든 사항이 위·수탁 관리계약서에 명시된다. 이러한 사항들은 중앙정부인 국토교통성의 맨션표준관리위탁계약서를 참고한 것인데 맨션표준관리위탁계약서에는 위탁업무의 범위를 기간사무, 관리원업무, 청소업무, 설비관리업무 등 4가지로 나타내고 있고 위탁비용에 대해서도 각각의 업무별로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리조합에서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본다. 관리계약 또한 업무의 범위를 상세하게 지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제시하며 업무 성과로 재계약을 결정하게 되므로 관리회사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분쟁의 소지가 별로 없는 시스템이다. 물론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계약내용에 근거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분명하다.

프라자 우타지마가 42년간 양호하고 안전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조합의 운영능력, 관리회사의 업무능력도 있지만 평균 거주년수가 약 30년이고 자가거주 비율이 94%인 만큼 무엇보다도 거주자의 공동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프라자 우타지마의 고령자 비율은 점점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이 관리, 커뮤니티활동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세대 간의 화합, 거주자 간의 화합,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찬란한 관리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희망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부러울 따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동주택 관리의 역사를 기념해 기록으로 남기는 공동주택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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