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함께 간다(同行)’는 말이다. 한 지자체에서는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더해 ‘동행(同幸)’이라는 말로 바꿔 쓰고 있다. 상생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서울 성북구는 2015년부터 입주민·경비원 간 갑을계약서 대신 ‘동행(同幸)계약서’를 작성해, 공동주택의 상생문화를 일군다고 해 유명해졌다. 아파트 경비원과의 상생에서 시작해 구의 모든 계약서에 동행계약서를 적용하면서 확산시켰다. 주민들이 전기를 아껴 경비원 임금을 올리고 고용 보장을 했다든가, 경비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등의 내용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실제로 동행계약서 도입 이후 관내 공동주택에서 경비원을 임의로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호 신뢰 회복, 마을민주주의, 공동체 의식 복원이라는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고도 강조했다.

공동주택 1000만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파트 관련 이슈’는 국민적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관리 분야의 내용 하나하나에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특히, 경비원 임금 인상 문제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 관심 높은 사안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관리비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파급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개별 단지 사안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마침 성북구에서 ‘경비원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성북구는 지난달 27일 ‘2017 동행 성북 열린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관리·법조·노동계 등 관련 전문가, 입주민 등이 참석해 머리를 맞대고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 및 입주민들과의 상생 방안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한 발표자는 상생공동체의 실현을 지향하며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를 건설토록 성북구의 ‘동행 정책’을 활성화 시키고 제도화·문화화하자고 역설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경비원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사례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편법 대신 경비원 고용조건의 변화를 통한 ‘동행 임금제’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 발표자는 임금 인상보다 지속적인 고용을 더 중시하는 경비원에게 적정 임금으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무급 휴게 시간 증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급격한 관리비 인상으로 인한 주민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연령별 최저임금 피크제 등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발표 후 이어진 주민 토론회에서도 참여자들은 임금상승에 따른 고용불안과 입주민 부담 등을 토로하며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해서라도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지켜지도록 하고, 구청에서 경비원 임금 인상분에 대한 일정부분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의 사례 및 논의 그리고 이날 나온 대안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당국은 최저임금의 인상 파급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입주민의 예상되는 어려움을 살피고, 업종에 따라 지원책 마련과 속도 조절 등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동주택 관리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후 퇴직 시점에 따른 퇴직금의 차이 발생 등 하나하나 예시 들며 상황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가 갈 길인 ‘더불어 사는 공동체’. 고민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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