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장기수선공사·ESCO사업
병행실시, 위반사유 안 돼

입찰가격 산출기준 미제시 등
일부 위반…공정성 침해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장기수선충당금 부족액을 ESCO 사업자금으로 충당해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법원이 위반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노후배관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입찰가격 산출기준 및 기준 등을 명시하지 않는 등 일부 위반사항이 있어도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할 정도가 아니어서 지자체장이 내린 시정명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성북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노후배관공사 업체를 재선정하라며 내린 2017년 3월 15일과 4월 5일자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의 소에서 “2017년 3월 15일자 시정명령 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피고 구청장이 2017년 4월 5일 원고 대표회의에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월 노후배관 교체공사에 대해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등록업체로서 기계설비공사업 등록업체인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제한경쟁입찰(적격심사)로 입찰공고했다. 이 입찰에서 B사가 2017년 3월 4일 낙찰자로 선정돼 대표회의와 총 사업금액 206억3600만원(일반 공사도급금액 151억3600만원, ESCO 사업금액 55억원)의 노후배관 및 설비교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17년 3월 15일 성북구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을 이유로 공사업체를 재선정한 후 그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명령(1차 시정명령)을 했고 대표회의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2017년 4월 5일 이를 기각하면서 시정조치결과 제출기한을 2017년 4월 19일까지로 새로 정해 재차 시정명령을 했다(2차 시정명령).

재판부는 먼저, 1차 시정명령에 대해 대표회의의 이의신청으로 시정조치 만료기간이 도과함에 따라 성북구가 새로운 기한을 부여해 동일한 내용의 시정조치를 했으므로 1차 시정명령은 실효됐다고 보고 대표회의의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북구청장이 시정명령 처분사유로 제시한 공사 부족액 ESCO사업 자금으로 충당해 장기수선계획 위반,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 등 미제시, 과도한 입찰제한, 현장설명회 전 적격업체 미리 심사해 배제 등 4가지 사유 중 2가지 처분사유에 대해 위반사항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업자 선정지침 제24조 제1항이 입찰 관련 유의사항으로 공고 시 명시돼야 할 사항 중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은 낙찰자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이를 위반해 제출한 입찰의 경우 이 사건 지침 별표3에 따라 입찰공고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해 제출한 입찰로서 입찰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입찰공고는 지침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대표회의가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입찰참가자격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입찰서류를 제출받아 적격업체 여부를 미리 심사해 배제하기로 한 것은 선정지침 제23조, 별표3에서 정한 입찰방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성북구청장이 공사 부족액 ESCO사업 자금으로 충당해 장기수선계획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공사계약과 관련된 장기수선계획이 조정·공고됐고, ESCO 사업금액 55억원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직접 지급될 성격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ESCO 사업금액을 제외한 일반 공사도급금액 151억3600만원은 공사계약 종료일 무렵 적립될 장기수선충당금 167억1647만1863원의 범위 내에 있어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수선계획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구청장이 내린 시정명령 처분이 지자체장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위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는 입찰공고 당시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 등을 명시하지 않고, 1차 서류 심사 후 적격업체를 선정해 현장설명회에 참가하도록 함으로써 선정지침을 위반했으나, 그 위반사항이 선정지침 별표3에서 정한 입찰 무효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2위반사항과 관련해 원고 대표회의는 현장설명회에서 입찰가격 산출방법 및 기준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제4위반사항과 관련해 원고 대표회의가 현장설명회 개최 전 실시한 1차 적격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 없이 모든 업체가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의 공사업체 선정 관련 위반의 하자가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다거나 그 하자를 묵인할 경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처분에 의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노후배관 및 시설(설비)교체 공사업체 재선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원고 대표회의의 불이익이 더 크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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