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현 입주자대표회장과 전임 동대표간 서로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갈등을 빚어오다 종전 대표회의 재임기간 중 발생한 일을 적시해 게시한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귀옥 부장판사)는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문서손괴,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이 아파트 제14기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전 입주자대표회장 C씨, 동대표 D, E, F, G, H, I씨, 전 관리소장 J씨는 2015년 5월 1일 B씨를 해촉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아파트 곳곳에 게재했다. 이후 B씨는 2015년 5월 5일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소장의 동의를 얻어 부착한 ‘대표회장 해임사유’, 2015년 5월 9일 ‘선관위 개최공고’, 2015년 5월 12일 ‘선관위 회의록’, 2015년 5월 19일 ‘선관위 입장표명’이라는 제목의 각 게시물을 뜯어냈다.

그 과정에서 B씨는 2015년 5월 12일 세대 각 현관 앞과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관리소장과 전 동대표들은 공사용역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했으며 공금을 유용 횡령하고 업무상 부정하게 금품을 받았다. 관리소장과 전 동대표회장은 직원의 근무 중 무단이탈 무단조퇴를 수년간 방치했다’는 내용의 입주자대표회장 담화문을 게시했다. 이후 B씨는 2015년 6월 18일부터 같은 해 9월 5일까지 노인정 벽면에 ‘전 회장, 동대표들과 전 소장이 2013년 공용부분 LED등 교체공사를 상습적으로 부당계약 해 입주민에 피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죄하라. 노점상들에게 편의를 봐주고 식사비로 얼마를 받았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하고 밝혀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내용까지 더해 기소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B씨의 문서손괴죄와 2015년 5월 15일 B씨가 기재한 내용에 대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고, 2015년 6월 18부터 9월 5일까지의 명예훼손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선관위 자격이 없는 자들이 작성게시한 것이고 관리규체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게시된 불법게시물이며 ‘선관위 개최공고’ 게시물의 경우 공고문에 적시된 개최일이 경과해 문서의 효용을 상실했다”고 주장,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 기재 게시물은 모두 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해 게시한 것이고 피고인 B씨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해 게시물들을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법하게 구성된 것인지 여부 및 게시를 위한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회 개최공고’의 개최일이 경과했어도 절차 준수의 증명적 기능이나 과거 사실에 대한 확인적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어 문서의 효용을 상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게시물들에는 피고인 B씨의 해임사유를 열거하면서 해임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내용들이 기재돼 있으나, 피고인과 선관위 위원들간의 자격을 둘러싼 분쟁, 그 과정에서 선관위가 게시물들을 게시하고 이에 대항해 피고인도 선관위 구성원들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을 게시하는 등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춰보면, 피고인 B씨가 게시물들을 제거한 행위가 피고인 B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자력으로 게시물들을 제거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B씨는 항소 당시 2015년 5월 15일 게시물 내용은 모두 사실이므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도 “공소사실 기재 각 표현들은 일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피해자들이 대표회장, 동대표, 관리소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중 발생한 객관적 사실들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 B씨에게 허위의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B씨의 행위를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에는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도 포함돼 있어 피고인 B씨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사실이 아니거나 피고인 B씨에게 적시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 B씨와 피해자들은 서로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반목하는 관계에 있었고, 피고인 B씨가 적시한 사실들은 피해자들이 종전 대표회의 재임기간 중 발생한 일들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당시는 피해자들이 대부분이 회장, 동대표직에서 퇴임하고 피고인 B씨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때이므로 더 이상 이 사실들이 대표회의의 공정한 운영 및 아파트의 적정한 관리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B씨는 피해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으로 B씨가 지적한 사실들에 대한 실체 및 당부에 대해 밝히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이미 밝혀진 일부 사실들에만 기초해 그 부당함을 지적하며 피해자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을 아파트 곳곳에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들과의 갈등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공소사실 기재 게시물들을 게시한 주된 동기는 피고인 B씨를 대표회장직에서 해임시키려는 피해자들의 시도에 대항해 이들을 괴롭히거나 해임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B씨의 행위는 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은 이 부분들과 각 문서손괴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피고인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수사과정 및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 보인 태도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 피고인 B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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