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통합경비를 위한 경비용역계약 체결 시 세대별 방범기기 설치 및 교체에 관해 명시적으로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경비용역업체는 이에 대한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서울 동작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경비용역 업무를 맡았던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의 항소심에서 B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B사로 하여금 대표회의에게 9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고, B사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면서 “제1심 판결의 주위적 청구에 대한 부분 중 위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대표회의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 B사는 원고 대표회의에게 A아파트에 세대별 방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설치비용 2억8457만2807원을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 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2006년 3월 1일 C사와 사이에 아파트 통합경비 업무 수행에 대한 공동주택 텔레캅서비스계약(‘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B사가 C사로부터 분할신설됨에 따라 이 계약이 2006년 12월경 C사로부터 B사로 승계됐다. 이후 대표회의는 2012년 4월 25일경 B사와 사이에 B사가 2012년 5월 1일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경비인원 7명을 투입해 아파트 경비용역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보완시설경비서비스계약을 체결했고, B사와의 계약 종료 이후에는 D사가 경비용역 업무를 맡았다.

대표회의는 이 사건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 B사는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에 따라 각 세대별 방범시스템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방범기기의 교체 내지 설치 및 이를 운용할 의무가 있고, 원고 대표회의로부터 그에 따른 대가로 매월 이용료 1978만3560원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지급받았음에도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될 때까지 세대별 방범시스템 운용을 위해 홈오토메이션을 교체하거나 방범기기를 교체 내지 설치·운용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피고 B사는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상 채무를 불완전이행했고, 이로 인해 원고 대표회의는 아파트에 새대별 방범시스템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B사는 원고 대표회의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세대별 방범시스템 설치비용 2억8457만2807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B사에게 위 설치비용의 지급을 명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계약상 명시적으로 피고 B사에게 홈오토메이션 등의 교체 및 설치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던 점, 계약 기간 동안 원고 대표회의가 피고 B사에게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의의를 제기한 바 없었던 점, 계약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 B사가 경비용역 제공을 위해 설치한 기기는 피고 B사의 소유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용역 종료 시 합의에 의한 소유권 이전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 B사가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에 의해 홈오토메이션 등 방범 기기의 교체 및 설치를 할 의무를 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 대표회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상 피고 B사에게 홈오토메이션 등 기기의 교체 및 설치를 할 의무는 없다 하더라도, 피고 B사는 원고 대표회의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세대별 방범시스템’을 제공할 의무 자체는 지는바, 피고 B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으므로 B사는 경비용역계약상 채무를 불완전이행했고, 이에 따른 원고 대표회의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해 “피고 B사에게 홈오토메이션 등 기기의 교체 및 설치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세대별 방범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 상당이 손해액이라고 볼 수는 없고, 원고 대표회의가 피고 B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입은 손해는 세대별 방범시스템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 B사는 세대별 방범시스템 전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세대 내 이상신호 수신 시 직원이 출동하는 서비스 정도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B사와의 경비용역계약 종료 후 D사와 사이에 체결된 경비용역계약에서 ‘시스템경비서비스’에 대한 용역비로 지급하는 월 250만원의 50%인 월 123만원을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로 산정, 이를 6년 치로 계산한 9000만원만을 배상하도록 했다.

A아파트 대표회의와 B사는 모두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각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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