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공동주택 위탁관리수수료 도입배경과 경과]

관리비용 아닌 수수료 기준의
최저낙찰제 도입이 주요원인

입찰가격 산출내역서
항목수 따라 수수료 결정
항목당 무조건 1원씩 써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과 집합건물은 주택관리업체를 통한 위탁관리를 할 때 업체 측에 위탁관리수수료를 따로 지불한다. 이 같은 위탁관리수수료는 공용부분 관리비에 들어가 각 세대에 매월 부과되며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시 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수수료가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며 꾸준히 관리업계의 논란거리가 돼오고 있다.

위탁관리수수료는 관리에 실제 사용되는 일반관리비 등과 별개로 위탁관리회사에 지급돼 본사운영비와 기업이윤이 되는 것인데, 질 높은 서비스 제공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히 아파트의 관리업무 대행에 따른 수수료 수준으로 전락·인식되고, 관리업체 선정의 주요 기준이 돼버려 과다한 경쟁 속에 적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면서 관리업체의 운영부실과 서비스 저하 등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및 시·도 위탁관리수수료 평균 비교<출처=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관리비 정보를 살펴보면 2017년 8월 전국 및 시·도 위탁관리수수료 평균은 주거전용면적 ㎡당 7원(평당 23.1원)에 그쳤으며 서울과 울산이 10원(평당 33원)으로 가장 많고 부산, 대전이 8원(평당 26.4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광주의 경우 수수료가 ㎡당 2원(평당 19.8원)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본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관리까지 두루 맡고 있는 업계 상위 관리업체 A사의 연도별 평당 위탁수수료는 2009년 28.8원에서 해가 갈수록 감소돼 지난해 22.9원까지 내려갔다.

또 다른 상위 관리업체 B사도 올해 8월 31일 기준 평균 위탁수수료가 평당 22.7원에 그쳐 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심지어 서울시 내 고가 아파트 10위권에 드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 위탁관리수수료도 평당 26.4원에 그치는 등 고급 아파트 수수료조차 대부분 평당 20원 초·중반 정도의 수준을 보였다. 

위탁관리수수료가 ㎡당 7원이라면 주거전용면적이 79㎡(24평)인 세대가 내는 수수료는 매달 553원밖에 되지 않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수료를 통해 관리비를 절감하려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위탁관리수수료가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 것은 2010년 7월 6일 국토교통부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통해 관리비용이 아닌 위탁관리수수료를 가장 낮게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최저낙찰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이후 도입된 적격심사제 또한 입찰가격(위탁관리수수료) 배점이 30점으로 높은 수준인데 반해 다른 평가 항목은 배점이 낮거나 변별력이 떨어져 결국엔 최저낙찰제와 차별 없이 위탁수수료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아파트의 입찰가격 산출내역서 <출처=K-apt>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업체들이 적어내는 입찰가격 산출내역서에는 인사·노무 등 지원비, 관리업무 관련 법률 등에 대한 업무 지원비, 기술업무 지원비, 기업이윤 등 아파트에서 정해준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별로 ㎡당 단가를 쓰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이 낙찰을 위해서는 무조건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항목별로 ㎡당 단가를 최저가인 1원으로 쓰게 되면서 항목이 1개면 위탁관리수수료가 ㎡당 1원, 5개면 5원이 되는 것이다. 이마저도 아파트에서 유의사항 등을 통해 ㎡당 단가 기재 란의 각 항목 중 1원 미만, 0원 등을 써내지 못하도록 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턱없이 낮은 가격이 제시돼 최저낙찰제 도입 초기에는 0원, 1원에 낙찰되는 업체들도 속출했다.

관리업계 관계자들은 위탁관리수수료가 도입에서부터 문제였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우리관리 주거문화연구소가 업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작성한 ‘공동주택관리 태동기 위탁관리업 운영에 대한 조사-공동주택관리산업의 발전과정과 당면과제 기초연구(1) 보고서(2016.07)’에 따르면 1980년대 초 주택관리업 초창기에는 위탁관리가 도급제였으나 아파트의 수가 많지 않고 경제가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 도급제는 어렵다는 건설교통부의 의견에 따라 80년대 중반 수수료 방식으로 전환, 단순히 직원수와 10만평을 관리했을 때 회사의 최소 경비를 고려한 금액으로 평당 30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 금액으로는 업체 운영이 어려워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도 초반까지 50~70원 수준으로 올랐다가 다시 업체 간 경쟁 과다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주거문화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초창기 주택관리업자들은 업무를 위탁받으면서 보수설정의 체계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정당한 보수가 아닌 ‘위탁수수료’의 개념으로 수익을 취했다”며 “관리업무에 단순하고 획일적인 수수료 개념을 적용한 것은 위탁한 업무에 대한 매월의 보수를 매우 획일적이고 단순한 업무로 바라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소는 “관리현장에서의 업무에 대한 분석이 없이 관리업무를 수행하는데에 따르는 보수를 수수료로 책정한 것이 잘못된 관행을 정착시킨 계기이고, 최초의 업계 리더들이 주택관리업의 위탁관리 계약을 위탁관리수수료를 기반으로 정한 것이 지금의 주택관리업의 운영방식으로 그대로 정착됐다”며 “위탁관리업의 운영이 적절한 비용으로 전문적인 관리를 하기보다는 현장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에 그쳐 전문성이 결여됐고, 결국 이것이 초창기 주택관리업이 전문적인 서비스의 제공을 도모하지 못한 채 정상화되지 못한 주요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위탁관리는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는데, 여기서 위임의 개념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 수임인은 위임인으로부터 사무 집행비를 미리 받고 집행 후 남은 나머지를 돌려주게 돼 있다”며 “그런데 위탁관리는 거액의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을 맡기기 꺼려하는 신뢰의 문제로 수수료만 주는 것으로 자리를 잡아 민법의 위임과는 다른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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