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은 이름과 달리 전천후 관리인이다.
경비, 방범 안전점검 외에 청소, 소독, 쓰레기수거, 택배관리 등 온갖 궂은 일을 하고 있다. 택배물품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전달까지 책임을 져야 해 신경쓸 일이 보통 아니다. 주차관리도 이들의 몫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라는 규정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 관련법령은 아파트 경비원의 직무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공동주택단지 안의 경비·청소·소독 및 쓰레기수거 등 업무를 수행’하고, ‘관리사무소장은 위와 같은 관리사무소 업무의 지휘·총괄’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최근 들어 경비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되고, 지자체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경비원 등 근로자에 부당지시·명령금지 등 공동주택 근로자의 권익보호가 명문화돼 시행이 시작됐다. 또 서울시는 지난달 초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아파트 공동체·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 배포했다. 아파트 공동체의 발전과 경비노동자의 권익보호, 인권향상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면 좋을 내용들이다. 서울시의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는 크게 고용안정을 위한 경비용역계약,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근무환경, 입주민과 경비원 상생을 위한 업무 등 3대 가이드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입주민과 함께 만드는 ‘상생고용’을 위한 모범계약서 샘플 등을 첨부했다. ‘진정한 의미의 상생고용은 근로현장의 고충을 듣고 반영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관리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주택관리협회가 “업계에 대한 이해부족 탓에 너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우선 근무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주협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따라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게 한다면 관리비 부담증가로 입주민 반발이 생기고, 인건비 총액이 증가하게 돼 고령자 채용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리 있다. 수차례 지적해온 경비업법과의 상충되는 부분도 개선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휴게시간 공고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용역비 정산제와 관련한 퇴직적립금과 실제 지급 퇴직금 차액에 따른 문제 등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훑어보면 좋은 내용들로 보이지만 ‘현실과의 충돌’은 간단치 않다. 단적인 예로 최저임금의 보장과 인상을 통해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하지만 되레 이들로 인해 고용불안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당장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라 전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비원들의 보호와 부당한 처사는 막아야 하지만 법적 강제와 지자체가 제시하는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겉돌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택배는 가급적 직접 수령합니다. 휴게실은 휴게실답게. 부당한 추가업무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경비원의 안정된 고용을 지지합니다. 경비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경비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경비원이 아파트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잊지 않고 존중하겠습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입주민의 약속을 담은 소중한 말들이다. 그런데 말뿐이 아니라 비용을 분담하고, 이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지켜야 할 지는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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