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비리’.
자주 반복되는 단골메뉴다. 이번에도 ‘외부회계감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정부합동 부패척결단과 국토교통부 이름으로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실태를 점검하고 점검 결과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올 4월엔 2차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각종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며 외부회계감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그때도 이런 식의 정부 발표에 대해 일선 관리현장의 곱지 않은 시선을 전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적발 위주의 감사 결과를 숫자 나열식으로 발표한 것에 그쳐 과대포장 됐다고 비판했다. 점검결과 발표 뒤엔 다수의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사실의 왜곡 및 확대재생산을 목도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김한표 의원이 3년간 실시했던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심리 결과 10곳 가운데 6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돼 위반율이 6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 공동주택 회계감사 운영 실태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행 3년째를 맞은 회계감사 의무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아파트 회계감사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으로 자료의 분석은 자료를 분류해서 해석하는 작업이다. 대체로 자료의 정리와 읽기, 자료의 범주화, 해석·설명·주장 등의 순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건너뛰기를 하면 해석의 무리를 가져온다. 자료를 어떻게 읽고 정리했는가, 어떤 범주들로 분류했는가 하는 것은 어떤 설명과 해석이 가능한지, 혹은 배제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자료라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설득력 있고 의미 있는 설명을 위해서는 자료의 분류와 분석 결과가 적절하게 제시돼야 한다.

김 의원의 발표에 대해 당장 관리 분야에서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공동주택 회계감사 운영실태가 매우 부실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회계감사 위반사항 지적건수 집계 파악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지 세대수 및 감사반 인원, 위반사항으로 인한 단지의 피해금액은 제시되지 않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도 한다.

과장된 해석으로 공동주택 관리 분야가 비리의 온상인양 발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공동주택 관리비, 물가 상승률의 4배’ 보도 때도 많은 언론이 관리비의 큰 폭 상승이 마치 관리비 부과와 사용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기사를 쏟아냈다. 이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과도하게 관리비를 올리고 부당하게 지출한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처럼, 이번 외부회계감사와 관련한 ‘부실 운영’ 지적도 ‘부실한 지적’이다.

과장은 왜곡을 낳지만 잘못된 것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외부회계감사 문제는 이미 제도 도입 시부터 내포됐던 문제들이다. 감사인 선정과 관련해 덤핑, 저가 수주 등의 문제가 제기됐고, 수의계약이 가능해지면서 수임료가 낮아지는 문제도 거론됐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회계감사가 필요한 단지만 실시토록 하는 방향 등의 개선안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 실질적인 감사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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