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피크 타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 또는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다. 부지런한 사람은 발품을 팔면서 잘 골라 좀 더 알뜰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민들은 돈을 많이 내면서 여행갈 수가 없다. 그러나 보다 수준 높은 여행이라면 조금 더 돈을 모아서라도 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리라.

여행은 즐겁다. 새로운 것을 보고 접하면서 힐링도 하고 다른 자신을 발견해 업그레이드시키며 평생 남을 추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게 패키지 여행상품이다. 패키지 여행은 참 편하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알아서 다 해준다. 패키지 상품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여행객들은 이 중에서도 더 싼 상품을 찾게 된다. 인지상정이다. 많지 않지만 탁월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패키지상품의 구조는 이렇다. 큰 여행사(도매 여행사)들이 여행을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며, 고객을 모집한다. 일반 여행사들은 도매 여행사들이 만든 상품을 대신 판매하고 거기서 수수료를 받는다. 도매 여행사는 각 지역의 랜드 여행사들에게 하청의 방식으로 일을 맡긴다. 우리가 보통 ‘가이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랜드 여행사 소속인 경우가 많다. 간혹 프리랜서도 있지만 말이다.

원론적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자는 이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일정량의 이윤마진을 얹어 가격을 결정한다. 패키지 상품도 각 단계마다 적절한 이윤이 붙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상품이 된 것 같아 유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패키지를 선택할 때 이런 구조를 생각 않고 단지 ‘싼 상품’만 선택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원치도 않는 쇼핑센터를 가고, 좀 볼만한 건 돈을 더 내야 하고, 더 보고 싶은 건 보지 못 한다. 여러 경로와 이유를 통해 여행이 낮은 질적 수준으로 돌아온다. ‘합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가이드와 트러블도 발생한다. 간혹 가이드를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보기 흉하다. 가이드는 여행을 보다 쉽게 즐기기 위해 도와주는 사람이지 뒤치다꺼리를 하기 위한 사람이 아니고 아랫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이 모습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의 현실과 많이 비슷하다. 공동주택 관리를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시각이 그렇다. 조금이라도 싼 관리비를 찾고 더 많은 서비스와 높은 관리품질을 원한다. 여행상품 선택할 때의 비용 지출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일상사에서의 비용 지출에는 난색을 표한다. 터무니없이 싼 여행을 선택할 때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듯이 ‘값싼 관리비’만 고집하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모두의 기억에서 즐겁게 남을 수 있는 여행을 위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듯, 일상의 평온과 편리를 위해선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상식적이다.

또한 관리직원, 경비원, 미화원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은 입주민들의 편리를 위해 돕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용에 따른 비용을 낸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갑의 의식’을 갖는 입주민이 있다면 사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공동주택 관리 문화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질 높은 관리서비스와 전문적 관리의 정착은 그에 따른 합리적 비용을 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단기간에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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