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
삼국지에 나오는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는 고사로, 공정한 업무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키는 말로 유명하다. 이 일화는 촉나라의 군사 제갈량의 1차 북벌전쟁과 관련 있다. 제갈량은 아끼는 장수 마속으로 하여금 공격하지 말고 방어만 하라며 아낌없는 지원과 계책을 알려주고 가정 땅을 지키게 했다.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지형을 살펴보고 제갈량의 작전이 틀렸다고 생각해, 오히려 적을 역공할 생각으로 산 위에 진을 쳤다. 그러나 위나라의 군사는 산 위로 올라가지 않고 산을 포위한 채 보급로를 차단시켜 버렸다. 보급로가 끊긴 마속이 포위망을 뚫으려고 애썼지만, 그만 참패하고 말았다. 작전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라고 한 것이 이 고사의 유래다. 비상시 식수의 확보는 최우선 사항이다. 이 고사도 결국은 식수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환경부의 ‘상수도시설기준’에 따르면, 급수방식에는 직결식, 저수조식, 직결·저수조 병용식 등이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저수조식은 저수조에 수돗물을 받아 급수하는 방식으로 배수관의 압력 변화에 관계없이 수압과 급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일시에 다량의 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단수 시나 재해 시에도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수조를 설치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특히 직결식에 비해서 저수조에 대한 위생상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아파트 등 저수조는 각 관리·감독 기관 및 단체에서 정기적인 청소 및 수질검사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방재안전 측면에서의 공동주택 저수조 적정용량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공동주택 저수조 용량은 1991년 세대당 3톤 용량에서 1.5톤(1994년), 1톤(2012년), 0.5톤(2014년)으로 계속 감소돼 오고 있다. 공동주택 저수조 용량이 줄어듦에 따라, 이 용량이 평상시 소방용수와 단수 시 비상급수 목적에 맞게 국민생활과 재난 시 생명안전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014년 기준이 적용된 저수조의 설치가 미미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원인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는 많은 생활용수를 필요로 하는 대규모 공동주택의 생활환경적 특성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 정전이나 사고로 단수될 경우 현재 소방차 등을 동원한 비상급수 공급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에서, 비상급수 저수조 용량은 수질 이외에도 다른 요소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교수는 “비상급수 저수조는 국민생활과 재난 시 생명안전 측면을 우선시해야 하는 시설”이라며 “잔류염소 감소에 따른 수질오염보다는 화장실, 세탁, 샤워 등 생활용수 비중을 더 감안해서 적정사용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도 공동주택 저수조 용량으로는 비상 재난안전 상황 발생 시 급수량이 적정하지 않다고 공감했다. 비상 단수 상황에서의 응급용수로의 활용 및 기본적인 생활용수로의 사용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다는 얘기다. 특히 물 사용량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현상을 고려하면 집중시간대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또한 매년 폭염과 폭우로 인한 단수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여러 비상 상황을 감안해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