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천안지원 판결

관리업체·직원간 근로계약 시
대표회의, 미지급 임금 지급의무 없어

대표회의가 임금 등 근로조건 직접 결정했다면
묵시적 근로관계 인정하기도 

대전지법 천안지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위탁관리아파트에서 관리업체와 관리직원 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직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고 임금 수준을 인상하는 결의를 했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는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소액4단독(판사 이인수)은 세종시 A아파트 관리소장 B씨가 “미지급 임금 및 수당 246만358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뒤늦게 지급받은 345만628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2013년 5월 30일 관리업체 C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고, 원고 관리소장 B씨는 C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B씨는 관리업자 C사의 피용인이고,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씨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했고 관리직원의 임금 수준을 인상하는 내용의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를 한 바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 B씨가 관리업체 C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 관리소장 B씨가 피고 대표회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대법원이 1999년 7월 12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관리업자가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직원들은 아파트 관리업자의 피용인으로서, 관리업자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을 뿐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원들에 대해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직원들이 관리업자를 상대방으로 해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직원들이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그에게 근로를 제공하며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사정 등이 존재해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돼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리 분쟁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직원들의 실질적 사용자인지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채용 당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고 채용 여부의 최종적인 결정권도 행사했으며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결재를 하는 등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아왔다면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본지 제1148호 2017년 5월 18일자 게재>.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소속 관리업체가 관리소장 교체 요구를 거절하자 직접 업무정지를 명하고 수급지급을 거부, 해임을 결의했는데, 이는 대표회의가 관리소장과의 사이에 실질적 근로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직접 제재를 가한 것이고 관리직원의 고용은 위탁관리업체의 변경과 상관없이 대표회의 의사에 따라 승계돼, 대표회의와 관리소장과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노무법인 유앤의 임종호 노무사는 “관리직원들이 근로계약은 외주업체와 체결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법상 문제 발생 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져야 하지만, 위탁관리를 하더라도 근로계약상 사용자는 외주업체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판례가 굳어 있다”며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사용자와 같은 행세를 하고 있어 불합리한 부분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수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노무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진정을 제기했을 때 노동부가 실질적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따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책임을 묻는 등 현행 잘못된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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