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선거관리위원장이 게시한 ‘선거관리위원 사퇴 및 위촉 공고문’을 제거한 관리소장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귀옥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보안실 직원들에게 지시해 선거관리위원장 C씨가 엘리베이터 안쪽 벽에 붙인 ‘선관위원 사퇴 및 위촉 공고문’ 117장을 떼어내 C씨의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에 대한 업무방해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7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관리소장 B씨는 “C씨의 공고문 게시는 계속성이 없고 관리규약에서 지정한 장소가 아닌 곳에 부착됐으며 입주자대표회장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이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선관위원 D씨 등 4명이 회의를 개최해 C씨를 선관위원장에서 해임하는 결의를 했고 D씨는 위원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선관위원장 선출 등을 안건으로 회의를 개최한다는 취지의 회의개최통보를 했다.

C씨는 D씨 등 4명의 위원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일부 인용 결정을 했다. 그러나 관리소장 B씨는 C씨의 선관위원장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채 C씨의 업무협조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C씨는 송파구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송파구는 관리소장 B씨에게 ‘선거관리위원 사퇴 공고문을 즉시 게시할 것. 공고문 게시를 위한 보조자 역할에 지나지 않는 관리주체가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C씨는 ‘선관위원 사퇴 및 위촉 공고’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작성해 엘리베이터에 부착했으나, B씨는 보안실장에게 지시해 이를 제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선관위원장이 선관위원 사퇴 및 위촉을 공고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일정기간 계속성을 지닌 업무의 성격을 띠고 있고 선관위의 본래 업무인 선거관리업무에 수반해 이뤄지는 점 ▲가처분 결정에 의해 C씨는 선관위원장 지위를 회복한 상황인 점 ▲B씨가 사건 이전에 송파구로부터 선관위원 사퇴 공고를 할 것을 지시받았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C씨의 업무에 협조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어 B씨를 벌금 70만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1심 판결에 더해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법 시행령 및 이 아파트 관리규약 규정에 비춰보면 선관위원의 구성 및 변동, 그 부수적 행위로서 선관위원의 구성 및 변동사항 공고 행위는 선거관리에 관한 업무로 선관위의 업무 범위 내에 있다”며 이 사건 공고문 게시행위는 C씨가 선관위의 업무 범위 내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업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이 아파트 선관위원은 송파구청장이 위촉, B씨의 주장과 같이 송파구청장이 위촉한 선관위원의 사퇴에 관해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당연히 수리를 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주택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선관위원 사퇴·위촉을 공고할 자를 정해 놓지 않은 이상 C씨가 소속 위원의 변동을 공고했다고 해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위촉 권한은 없지만 이 사건 공고문 부착행위는 선관위원 사퇴 및 위촉을 공고하는 행위에 불과해 선관위원장에게 선관위원을 위촉·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공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C씨가 B씨로부터 공고문 부착에 앞서 확인을 받거나 게시할 장소를 지정받지 않았으나 업무상 공고문을 게시할 때도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만약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더라도 그 위반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지 않는 등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B씨의 업무방해 고의성 여부에는 B씨가 공고문 제거로 인해 C씨의 선거관리 업무에 방해될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제거 행위를 해 적어도 업무방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공고문 훼손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B씨의 업무 비협조에는 아파트 구성원 간의 반목과 알력이 영향을 미친 점 ▲B씨는 송파구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C씨는 법원의 결정과 송파구의 시정명령에 따라 공고문을 게시한 점 ▲공고문 게시가 위법하거나 제거해야 할 긴급한 사정이 있지 않은 점 ▲B씨가 C씨에게 지정된 장소에 공문을 부착하지 않은 하자를 보완해 다시 게시할 것을 요구하거나 대표회의에 요청해 위법 사항을 시정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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