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人 인터뷰] ‘아파트, 신뢰를 담다’ 저자 유나연 소장(전북 전주 흥건삼천2차아파트)

유나연 소장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끼리, 관리직원끼리, 입주민과 직원들 간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러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일들을 책 한 권에 담은 관리소장이 있다. 바로 최근 발간된 ‘아파트, 신뢰를 담다’의 저자 유나연 관리소장이다. 유나연 소장은 책에 ‘신뢰 경영’을 바탕으로 해 믿음과 신뢰로 아파트를 관리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온 과정을 녹였다. 이에 유나연 관리소장으로부터 아파트를 관리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들어봤다.

▶ 최근 ‘아파트, 신뢰를 담다’를 발간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책을 써보고자 했던 것은 8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요즘 언론 등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실망스럽고 답답해 관리소장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는지 전하고 싶었다. 사실 무자격 관리소장들이 아파트를 관리하던 시절에는 관행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1998년 당시 아파트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그때가 이제 막 주택관리사 제도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기 전이었다. 그 이후에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걸고 아파트를 관리하는 소장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비리와는 좀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관리사무소를 비리의 온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 ‘현장에서 일하는 관리소장들이나 직원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는지 안다면 오해가 불식되지 않을까, 관리사무소의 이미지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신뢰를 주제로 한 책을 쓰게 됐다.

'아파트, 신뢰를 담다' 표지

▶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면.
책에 기술적인 부분은 일부러 담지 않았다. 아파트마다 시설과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내가 특별히 더 잘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17년간 아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입주민들이나 직원들과의 인간적인 관계에서 어떻게 소통해왔고 문제를 풀어왔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했고 이러한 부분들이 전달된다면 현직에 있는 소장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와 함께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내가 어떻게 역량을 키워왔는지 전달하고자 했다. 내가 겪은 사례를 통해 다른 소장들이 개개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아니겠지만 현재에 안주해 자기계발을 멈추는 소장들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다양한 입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어떤 분야가 됐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내가 쓴 책이 자기계발을 위한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 소장으로 일하면서 좋았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20대 후반에 관리소장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다고 말할 때 스스로 ‘나는 즐겁다. 나는 행복하고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즐겁게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 그러한 마음을 갖고 긍정의 힘을 끌어당기고자 했다.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게 됐다. 힘든 일이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긍정의 힘으로 또 누군가가 도움을 줘 그 일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의 힘을 느끼며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음료수 한잔, 아이스크림 한 개를 전달해주고 작은 일이라도 직원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입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때가 가장 좋았다. 반대로 관리사무소가 비리의 온상인 것 마냥 비춰지는 현실이 가장 힘들었다. 아무리 우리가 아니라고 외쳐 봐도 이미 왜곡된 진실만 보고 더 이상의 진실을 거부하는 현실 말이다. 내게도 이렇게 오해를 받은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에 끝까지 당당하려고 했고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힘든 일이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받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해가 발생하지 않고 원만하게 유지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리더스클럽 활동 모습

▶ 현재 독서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2007년 데일카네기 교육(인간관계·리더십 교육)을 마치고 카네기클럽에서 기획센터장과 사무국장 등으로 4년 넘게 활동을 했다. 독서모임인 리더스클럽은 데일카네기 교육을 받으면서 우연히 알게 됐다. 그러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 리더스클럽 운영진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활동한 지 10년 정도 됐다. 카네키클럽과 리더스클럽에서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만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계기가 됐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니지만 가끔 발생하는 업무 스트레스는 책을 통해 많이 해소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경험하면서 또는 좋은 말을 통해 스스로 통제하고 이겨냈다. 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데일카네키 교육에서 터득한 것처럼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나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해결됐다.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 어떤 해결책이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리소장들이 앞으로 자신의 경험담과 진솔한 이야기들을 후배소장들이나 입주민들에게 더 많이 들려줄 필요가 있다. 이는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고 여러 소장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솔직히 현직에 있으면서 책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려운 점은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소장들 중에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애로사항을 겪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책에 담지 못한 내용들이 더 많았다. 앞으로 많은 소장들이 ‘왜 입주민들은 우리의 일을 몰라주고 오해만 하는가’라는 말 대신 우리의 애로사항과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다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책을 써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소장이 있다면 용기 내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유나연 소장이 근무하는 전북 흥건삼천2차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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