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저임금 인상, 관리 분야에 미치는 ‘파장’은?

정부, 고용연장지원금 확대 등 지원대책 마련
사용자 측 “인력감축·근로형태 변화 불가피”

근로자 측 “공동체적 문제로서 각종 지원 필요”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경비원 등 아파트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안)을 시급 753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6470원 보다 1060원(전년 대비 16.4%) 인상된 수준으로 월 단위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하면 157만3770원으로 전년 대비 22만1540원이 인상된다.

이번에 의결한 2018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장관은 20일  고시,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에게 10일 이상의 이의제기 기간을 부여하고 내달 5일까지 최종 결정·고시하게 된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예상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고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16일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마련,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는 초과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30인 미만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중 부담능력을 감안해 사업자를 선정, 3조원 내외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원대상과 금액, 전달체계를 구체화한 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 등 60세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고용연장지원금 제도를 2020년까지 연장하고 분기당 지원금액도 현행 1인당 18만원에서 내년부터 24만원으로 인상하고 2020년까지 30만원으로 높일 방침이다.

경비원의 아파트 순찰로 비어있는 경비실 <아파트관리신문DB>

하지만 경비원 등을 고용하는 아파트의 관계자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경비원뿐만 아니라 기전기사, 설비기사 등 아파트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일부 입주민들은 임금 인상이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비원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 성북구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이하 ‘성북구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예상되는 관리비 인상 정도가 1000세대를 기준으로 4000원 정도”라며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감축시키고 경비원 대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성북구는 그동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의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추진하는 상생아파트로서 명칭을 갑과 을이 아닌 동과 행으로 사용하는 ‘동행(同幸)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경비원 고용안정을 위해 힘쓴 지역이어서 이러한 입장이 더욱 주목된다.

성북구아파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던 것을 다시 80% 적용하는 차등화(감액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입주자대표회장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과 고용안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부에 제도개선 호소문을 보내고 지자체와도 협의를 할 계획임을 밝혔다.

업체 측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율산개발 김경렬 사장은 “고령의 경비·청소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보다 당장의 고용안정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는 생산·유통업계에는 필요하나 따로 소득을 얻지 않는 공동주택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사업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 인력을 감축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최저임금제도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경비업법이 적용되고 있어 규정상 감시·단속적 업무 외의 택배보관, 분리수거 등의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마저 커진다면 경비원이 아닌 경비, 택배보관, 분리수거 등 각각의 업무를 정해진 시간에 수행하는 파트타이머를 고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비원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김 사장도 성북구아파트연합회와 같이 최저임금제도 적용에 있어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용연장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제도에 대해 현장과 고용노동부의 주장도 달랐다.

성북구아파트연합회와 경비업 관계자들은 ‘실제로 지원받지 못하는 형식적인 제도’라며 일부 지자체, 일부 단지에서만 고용연장지원금을 받고 있어 모든 단지에 적용되지 않는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모든 아파트에서 60세 이상 고령자를 전체의 12% 이상 고용하고 지원을 신청하면 신규·재고용 관계없이 12% 초과분에서 1명당 분기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입주민과 업체의 최저임금 차등화(100% 적용에서 80% 적용으로 변경) 제도 도입 주장에 노동단체에선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위원은 “최저임금 적용 차등화는 최저임금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비원의 고용불안 문제는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경비원은 단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아닌 택배보관 등 아파트 내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아파트 구성원들 간 연결 수단이 되는 사람으로, 사회공동체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비직이 고령남성의 마지막 일자리로 유용한 생계유지 수단이 되고 있지만 이와 함께 아파트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딜레마가 있어 지자체에서 관내 아파트가 경비원 고용유지 시 공동주택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도록 하는 등 정부·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하반기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에 관한 연구용역을 비롯해 노사가 그간 제기해온 다양한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논의하고 공개토론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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