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판결...입대의 의결로 계획 조정 지출한 전임소장도 ‘무죄’

장기수선계획 수립·조정 후
3년 경과 시 입대의 조정 가능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경리직원의 실수로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소방시설 자체점검 계약금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출한 관리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구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장기수선계획 조정 시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이행하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지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임 관리소장에 대해서도 계획 수립 또는 조정 후 3년이 경과해 대표회의 의결만으로도 조정할 수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광주지방법원(판사 고권홍)은 최근 장기수선계획에 따르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광주광역시 남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와 전임 관리소장 C씨에 대한 업무상횡령 선고심에서 B씨와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2014년 7월 C씨가 입주자대표회장 D씨와 공모해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정화조 분뇨처리 비용과 정화조 폐쇄용역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마음대로 지출하고, 2015년 4월 B씨가 D씨와 공모해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소방작동기능점검비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출했다며 B씨와 C씨를 기소했다.

구 주택법(2015년 1월 6일 개정 전), 같은 법 시행령(2015년 6월 30일 개정 전)에 따르면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얻어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정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장기수선계획 수립 당시 공사종별, 수선방법, 수선주기, 수선율 등을 정하도록 했다. 주택법 시행령은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와 구분해 징수하고 별도 계좌로 예치·관리하도록 하고 주택법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을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하고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도록 했다. 주택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주택법은 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주택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이 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2014년 11월 옥상방수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상반기에도 여러 건의 공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대표회장 D씨는 2015년 2월 회의를 소집해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대비를 위해 업체를 선정해 점검하기로 의결했고 대표회의는 그해 3월 소방시설 자체점검 계약을 체결했다. 경리직원은 2015년 4월 옥상방수공사업자에 대한 지출결의서와 소방시설 자체점검 계약 업체에 대한 계약금 지출결의서를 각각 B씨에게 결재를 올렸는데 공사 진행 중 업무적 착오로 옥사방수공사업자 지출결의서의 ‘관’ 항목에 ‘관리비’, ‘항’ 항목에 ‘일반관리비’라고 기재했음에도 실수로 ‘목’ 항목에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기재한 상태로 기안해 결재를 올렸다. B씨는 경리직원이 서류를 제대로 작성해 결재를 올렸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출결의서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고 모두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건으로 오해하고 그대로 서명했다. 이후 B씨는 경리직원의 실수를 알고 대표회장 D씨에게 보고해 임시회의를 개최해 계약금 항목을 안전점검비로 전표수정분개하고 잡수입과 예비비에서 처리 후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으로 대체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고 일반관리비에서 장기수선충당금 계좌로 264만원이 이체되게 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관리소장 B씨가 소방시설 자체점검 계약에 따른 계약금을 일반관리비가 아닌 장기수선충당금 계좌에서 지출되게 한 것은 경리직원의 착오로 비롯돼 피고인 B씨의 업무상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달리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를 전용해 업무상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검사는 전 관리소장 C씨에 대해 “이미 수립된 장기수선계획에 정화조 분뇨처리 비용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관리여건상 필요에 의해 3년이 경과하기 전 계획을 조정할 경우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그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C씨는 2014년~2016년 장기수선계획서는 대표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대표회장과 감사의 결재만 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달리 장기수선계획서 내용에 관해 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장기수선계획서는 구 주택법령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피고인 C씨의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달리 과거의 장기수선계획 수립 또는 조정이 있은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구 주택법 시행규칙 제26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같은 법 시행규칙 제26조 제2항의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요건으로서 대표회의 의결’을 거치면 족한데, 대표회의는 회의에서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기로 의결했으므로 관련 규정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또 구 주택법 시행규칙에 정화조가 수선주기 5년의 부분수리 항목으로 규정돼 장기수선충당금에 정당한 사용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와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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