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경비용역을 도급계약으로 체결했다면 공개입찰과정에서 제시된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에 따라 퇴직금 적립금을 모두 수령한 후 이 중 일부만을 경비원들에게 지급했더라도 경비용역업체는 나머지 퇴직금 적립금 반환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경기 안양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014년 4월 경비용역업체 B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 경비용역비 정산금액에 따라 2014년 5월부터 1년간 1억553만9680원의 퇴직금 적립금을 포함해 총 16억1503만5032원의 용역비를 B사에 지급했다. B사는 수령한 퇴직금 적립금 중 4199만4702원만을 경비원 25명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경비용역계약에 따른 B사와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에 해당하고 대표회의가 지급한 퇴직금 적립금은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미리 지급한 선급비용이므로 B사는 수령한 퇴직금 적립금 중 나머지 6354만4978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B사는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대표회의가 아니라 대표회의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체 C사이며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은 위임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이라고 다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피고 B사가 이 아파트 경비용역계약 체결과정에서 제시된 산출내역서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적립금을 모두 수령한 후 이 중 일부만을 경비원들에게 지급했더라도 그 나머지 퇴직금 적립금을 부당이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1심·제2심 판결을 인정,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표회의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B사에 퇴직금 적립금 반환의무가 없다고 최종 판시했다.

이 사건 제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퇴직금 적립금 반환의무에 대해 “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과정에서 피고 B사는 직접노무비,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 기업이윤으로 표시한 1인당 용역비와 월간 용역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를 제시했으나, 이 내역서가 경비용역계약서의 일부로 포함되지는 않았고, 경비용역계약서 서두에서 ‘당사자 간 경비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로, 제4조에서 경비비 도급금액을 ‘도급액’으로 각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계약서 제4조 제2항은 ‘경비비는 경비원의 급여, 퇴직금, 보험료, 피복장구비, 복리후생비, 기타 경비원에게 지출되는 직간접 노무비 이외에 일반관리비, 기업이윤 등을 포함한다’, 같은 조 제3항은 ‘경비 근무자 중에서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은 해당자에 한해 매월 정산 지급한다’로 각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기준에 따라 원고 대표회의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만 피고 B사의 실 지급액을 기준으로 정산한 다음 총 경비용역비를 지급해 온 사실, 이를 위해 피고 B사는 매월 경비용역비 정산금액이라는 정산서를 작성하고 원고 대표회의가 승인함으로써 원고 대표회의가 피고 B사에 지급할 총 경비용역비가 결정됐는데, 정산서에도 국민연금, 고용보험료에 한해 정산내역이 기재돼 있고 나머지 용역비 구성항목에 대해서는 모두 ‘적용 제외’라고 표시돼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공개입찰과정에서 제시된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는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용역비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이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은 총액으로 계약해 피고 B사가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월 용역비의 한도 내에서 자기의 책임 하에 각종 경비를 부담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특약인 제4조 제3항에 따라 피고 B사는 경비용역을 위해 고용한 경비원의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료로 지출되는 금액에 한해 산출내역서상 금액과의 차액을 정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1심 판결을 모두 인용해 기각했고, 대법원도 대표회의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달 1일 확정됐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