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등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의 실질적 사용자라면 관리소장은 대표회의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취업규칙의 징계절차와 근로기준법상 서면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 부장판사)는 최근 경남 거제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2015년 10월 당시 위탁사였던 B사에 관리소장 C씨의 불법행위 및 업무태만을 이유로 C씨의 업무정지와 관리소장 교체를 요청했으나 B사는 C씨의 사용자는 대표회의가 아닌 B사고 대표회의의 요청은 회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치지 않았다며 대표회의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해 12월 대표회의는 회의에서 위탁관리계약 해지를 의결해 B사에게 통보했고 지난해 1월 D사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시 특약사항에는 ‘관리업무 계속성 등을 위해 관리소장 C씨를 제외한 위탁관리기구 구성원을 D사 소속으로 신규 입사시켜 아파트에 배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특약에 따라 D사는 관리소장 C씨를 제외한 관리직원들의 고용을 모두 승계했다.

관리소장 C씨는 지난해 2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대표회의가 실질적 사용자고 주택관리업자의 변경을 이유로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표회의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 중앙노동위원회도 “관리업체를 변경하면서 C씨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해고에 해당하는데 취업규칙상 징계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아 중대한 하자가 인정돼 이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해 대표회의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관리소장 C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고 C씨의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지도 않았으며 업무에 대해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적이 없으므로 C씨의 실질적 사용자로 볼 수 없어 대표회의를 사용자로 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신청인적격이 없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C씨의 실질적 사용자인지 여부에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관리업자의 대리인인 관리소장이 관리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직원들은 관리업자의 피용인이므로 대표회의가 직원들의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직원들이 관리소장을 상대방으로 해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직원들이 사실상 대표회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대표회의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사정 등이 있어 관리직원들과 대표회의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표회의가 C씨를 채용할 당시 토요일 출근 여부, 임금 등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고 채용 여부의 최종적인 결정권도 행사했으며, C씨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결재를 하는 등 C씨는 대표회의에 종속돼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아왔다.

또한 대표회의는 C씨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보험 등도 직접 처리했는데 이에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가 관리소장 C씨의 전체적인 근로환경을 스스로 보장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B사와의 위탁관리계약상 위탁관리 용역의 대가로 관리비와 위탁관리수수료가 규정돼 있으나 관리비는 아파트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므로 피고 대표회의가 B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탁관리 대가는 위탁관리수수료에 불과한데, 이 아파트 규모에 비춰 수수료가 그 명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소해 B사가 관리업무를 실질적으로 위탁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C씨를 비롯한 관리직원들을 원고 대표회의에게 소개시켜 주는데 그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원고 대표회의는 B사가 C씨에 대한 원고의 요구를 거절하자 C씨에 대해 직접 업무정지를 명하고 수급지급을 거부했으며 해임을 결의했는데, 이는 원고 대표회의가 C씨와의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직접 C씨에게 제재를 가한 것이고 관리직원들의 고용은 위탁관리업체 변경과 상관없이 원고 대표회의의 의사에 따라 승계됐다”고 해설했다.

이와 함께 부당해고 여부에는 “원고 대표회의와 C씨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원고 대표회의가 관리업체를 변경하면서 C씨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며 “원고 대표회의는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C씨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원고 대표회의가 C씨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해고로서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같은 취지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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