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2013년 12월
구 주택법 시행령 개정

장기수선공사 사업자 선정주체
관리주체서 입주자대표회의로 변경

질서위반행위규제법상
행위시 법률 적용 예외 해당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2013년 12월 구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장기수선공사 사업자 선정 주체가 관리주체에서 입주자대표회의로 변경됐다면 개정 전 사업자 선정 위반행위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상 행위시법주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관리주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업체 B사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난방배관 교체공사를 하면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른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고 무자격업자를 통해 일용인부를 고용해 교체공사를 시행했다는 이유로 관할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B사는 이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015년 1월 B사에 과태료 30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B사는 “2011년 1월 27일 실시된 배관보수공사는 기상이변에 따라 긴급히 이뤄진 것으로 경쟁입찰에 적합하지 않은 수의계약 체결 대상이므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항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 항고심인 수원지법 제9민사부는 지난해 10월 “2011년 1월 27일자 배관공사가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따른 단순한 보수공사라고 보기 어렵고,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2월 17일까지 실시된 사업비 100억원 규모의 난방배관교체공사와 관련된 것”이라며 “냉·난방시설의 수선유지를 위한 용역·공사와 관련해 사업자를 선정·집행하는 업무는 관리주체가 하는 것이므로 배관교체공사의 사업자 선정집행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진행된 이상, B사가 구 주택법 제42조 제1항,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책임을 부담한다”며 계약 체결을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했다고 해 B사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사의 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B사의 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질서위반행위의 성립과 과태료 처분은 행위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하면서도 ‘질서위반행위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질서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되거나 과태료가 변경되기 전의 법률보다 가볍게 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변경된 법률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질서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 법령이 개정돼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었지만 재판시의 법률에 의하면 부과대상이 아니게 된 때에는 개정 법률의 부칙 등에서 행위시의 법률을 적용하도록 명시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시의 법률을 적용해야 하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아파트 배관교체공사의 내용 등에 비춰보면 단순히 시설의 수선유지를 위한 공사라기보다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장기수선공사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 공사에 관한 사업자 선정·집행이 이뤄진 2011년 1월경부터 2012년 2월 17일까지 시행 중이던 구 주택법 시행령(2010. 11. 10. 대통령령 제22479호로 개정돼 2013.1.9. 대통령령 제243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관리비 등의 집행을 위한 사업자 선정에 관해 수선유지공사와 장기수선공사 모두 사업자를 관리주체가 선정·집행하도록 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그 이후 2013년 12월 4일 대통령령 제24909호로 구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수선유지공사 사업자는 관리주체가 선정해 집행하지만, 장기수선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주체가 집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며 “개정 전에 있었던 장기수선공사의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위반행위에 대해 개정 이후에도 과태료를 부과할지 여부는 부칙 등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설령 개정 전에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공사 사업자 선정을 하면서 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하지 않아 그 당시 법률에 위반한 바가 있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그 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게 됐다”며 “원심으로서는 배관교체공사가 수선유지공사인지 장기수선공사인지를 심리한 다음, 위 법리에 따라 시행령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B사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함에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질서위반행위에 관한 법률 적용의 시간적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B사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 것에 대한 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결정했다.

이 사건의 B사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는 “2013년 12월 구 주택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장기수선공사의 사업자 선정 주체가 관리주체에서 입주자대표회의로 변경됐다”며 “이번 판결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이 정한 행위시법주의의 예외에 해당해 관리주체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도 행위시점 이후에 법률이 변경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거나 가볍게 변경될 경우 변경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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