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 경비원 자살, 입주민‧관리업체에 손배 책임···업계 반응은?

“경비원에 입주민 대처 교육 강화 필요”
“입주민, 고용주 심리 잘못”
“아파트 공동체 일원으로 인식해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서울 강남구 A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괴롭힘 등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해 숨진 경비원의 유가족들에 대해 법원이 최근 입주민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과 판결을 계기로 경비원 등 아파트 근로자들의 인권과 처우 개선에 관리업체와 입주민뿐 아니라 정부 등 사회 전체가 좀 더 관심을 높이고 입주민과 업체 스스로 자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판결한 재판부에 따르면 숨진 경비원 B씨의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관리업체인 C사는 “망인의 자살 사고는 예측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힌 대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관리업체가 이번 사건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입장이 적지 않다.

한국주택관리협회 김철중 사무총장은 “관리회사 입장에서는 관리직원들이 입주민들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간파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 최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인 문제까지 관여할 수는 없으나 업무적인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뒤, “직원들이 입주민들과의 갈등 등 업무 중 불편사항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주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단체도 입주민들의 지나친 ‘갑질’에 대해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원일 사무총장은 “경비원들은 대부분 고령자로 입주민들이 배려할 필요가 있는데 고용자 심리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직원과 입주민간 갈등 발생시 감정적인 대립보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를 통해 직원의 인권‧처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표회의 내에 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며 입주민과 고용주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또 “한편 경비원들의 경우 일부 노조 등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최근 공포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업무 외 부당지시 등이 금지돼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우려되는 등 이로 인해 입주민들과 갈등이 더 불거지거나 입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등 입주민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며 “입주민과 경비원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노동자 인권 관련 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의미 있게 보고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판결이 경비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기대가 높다. 희망제작소 임주환 객원연구위원(변호사)은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면서 택배‧주차관리 등 경비업무 외 일을 맡고 감정노동까지 하며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 대해 월급을 주니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파트 공동체 일원으로 인식해 상호 배려하며 무리한 요구나 비인격적 대우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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