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남지원 결정

회장 직무수행 전제로
사퇴서 작성일 기재했다면
사퇴서 제출 즉시 효력 미발생
보궐선거 중지해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입주자대표회장이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일정 시점까지 회장 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사퇴서 작성일자를 제출일 이후로 기재했다면 사퇴서 제출과 동시에 사퇴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또 사퇴서 작성일자 도래 전 사퇴의사를 철회했다면 사퇴를 전제로 한 동대표·회장 보궐선거 진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재판장 이재근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하남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대표회의는 그 산하 선거관리위원회가 2017년 2월 9일 공고해 같은 달 27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할 예정인 동대표 및 회장 보궐선거를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2016년 12월 8일 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회장 및 동대표직을 사퇴한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다만, 일부 업무의 정리를 위해 2016년 12월 31일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요청하고 사퇴서 작성일자를 2016년 12월 31일로 기재해 제출했다. 이후 B씨는 2016년 12월 2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으나 대표회의는 선관위에 B씨의 사퇴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B씨가 2016년 12월 8일자로 사퇴했음을 공고했고, 2017년 2월 9일 동대표 및 회장 보궐선거를 공고했다.

이에 B씨는 “직무대행자에게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동대표에게 보관시켰을 뿐이며, 사퇴서에 의한 사퇴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사퇴의사를 유효하게 철회했으므로 사퇴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가처분을 신청, 동대표·회장에 대한 보궐선거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동대표 등의 해임과 관련해 ‘동대표 또는 임원이 자진 사퇴하고자 할 경우 서면으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퇴의 효력은 사퇴서를 제출한 동시에 발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인의 이사를 사임하는 행위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므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함과 동시에 효력을 발생하고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한 후에는 마음대로 이를 철회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사임서의 작성일자를 제출일 이후로 기재한 경우 등 사임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사임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사임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6년 12월 8일 동대표 13명 중 B씨 사퇴시 권한대행자가 될 C씨를 포함한 9명의 동대표가 출석한 가운데 열린 대표회의 임시회의에서 B씨가 사임의사를 표명하면서 사퇴의사를 작성해 제출한 이상, 단순히 동대표 D씨에게 사퇴서를 보관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시점에 사퇴서는 대표회의에 제출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제출한 사퇴서는 제출일 이후 일정 시점까지 B씨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그 작성일자가 제출일 이후로 기재된 채 제출됐으므로 B씨의 사퇴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퇴의 방식 및 효력에 관해 규정한 이 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 제9항은 통상적인 사퇴절차를 전제한 것으로, 이같이 사퇴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까지 이 조항이 적용돼 사퇴서 제출과 동시에 사퇴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가 사퇴의 효력 발생일인 사퇴서 작성일자가 도래하기 전에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사퇴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함으로써 사퇴의사를 철회했다고 인정되므로 B씨는 여전히 회장 및 동대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B씨가 신청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소명되고, 나아가 B씨가 사퇴했음을 전제로 대표회의가 보궐선거를 진행해 동대표 및 회장이 선출될 경우 그 자격 등에 관해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하면 가처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B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는 관리규약에 규정된 사퇴의 방식과 효력에 대한 규정은 통상적인 사퇴절차를 전제한 것이므로 사퇴서 작성일자가 제출일 이후로 기재된 경우처럼 사임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봤다”며 “제출일 이후로 기재된 사퇴서 작성일이 사퇴의 효력발생일이고 그 전에 사퇴의사를 철회한 이상, 사퇴의 효력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은 통상적인 사퇴절차와 사퇴의사가 즉각적이지 않은 특별한 경우를 달리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타당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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