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
용역비 기초자료 불과

도급계약 성격상 일부만
지급했어도 부당이득 아냐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에서 퇴직적립금은 도급계약의 성격상 선급비용에 해당하지 않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비‧청소용역계약에 관해서는 도급계약으로 인정된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황현찬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안양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미지급 퇴직적립금 6354만여원을 지급하라”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대표회의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2014년 4월 B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고 B사가 산출한 경비용역비 정산금액에 따라 2014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1억553만여원의 퇴직적립금을 포함한 총 16억153만여원의 용역비를 B사에 지급했다.

대표회의는 이 사건 소송에서 “퇴직금적립금 중 4199만여원만을 경비원 25명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6354만여원은 계속 보유하고 있다”며 “경비용역계약은 민법상 위임에 해당하고 대표회의가 지급한 퇴직금 적립금은 미리 지급한 선급비용에 해당하므로 나머지 퇴직금 적립금 6354만여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는 대표회의가 아니라 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를 체결한 C사고, 이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은 위임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으로서 정해진 도급비를, 정산이 미리 약정된 일부 비용만을 제외하고 지급받았을 뿐 선급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므로 대표회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제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판사 이현주)은 2016년 9월 “피고 B사가 경비용역계약 체결과정에서 제시된 산출내역서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적립금을 모두 수령한 후 이 중 일부만을 경비원들에게 지급했더라도 그 나머지 퇴직 적립금을 부당이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경비용역 공개입찰과정에서 직접노무비(기본금, 기타수당, 직책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적립), 간접노무비(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소모품비,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기업이윤으로 표시한 1인당 용역비와 월간 용역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가 제시됐으나 이 내역서가 경비용역계약서의 일부로 포함되지는 않았다”며 “경비용역계약서 서두에서 ‘당사자간에 경비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제4조에서 경비비 계약금액을 ‘도급액’으로 각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서 제4조 제2항은 ‘경비비는 경비원의 급여, 퇴직금, 보험료, 피복장구비. 복리후생비, 기타 경비원에게 지출되는 직간접 노무비 이외에 일반관리비. 기업이윤 등을 포함한다’, 같은 조 제3항은 ‘경비 근무자 중에서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은 해당자에 한해 매월 정산 지급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고, 이 기준에 따라 원고 대표회의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만 피고 B사의 실 지급액을 기준으로 정산한 다음 총 경비용역비를 지급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개입찰과정에서 제시된 경비용역비 산출내역서는 경비용역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용역비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 이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은 총액으로 계약해 피고 B사가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월 용역비의 한도 내에서 자기의 책임 하에 각종 경비를 부담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다만 특약인 제4조 제3항에 따라 피고 B사는 경비용역을 위해 고용한 경비원의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료로 지출되는 금액에 한해 산출내역서상 금액과의 차액을 정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경비용역계약 당사자에 관해 “이 아파트 경비용역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계약서에 용역을 공급받는 당사자 표시가 누락돼 있었어도 원고 대표회의와 피고 B사는 서로 상대방을 계약의 당사자로 인식하고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고 그에 따른 대금을 청구하거나 지급해 왔으므로 피고 B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C사가 아닌 원고 대표회의로 봐야 한다”며 “당시 이 아파트 관리주체가 C사였고, 주택법령에 이러한 경우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해 계약하는 계약자를 관리주체로 정하고 있더라도 이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도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표회의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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