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공사·용역, ‘계약 자유의 원칙’
적용되는 사인간의 계약

입주자대표회의에
계약여부 결정할 자유 있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입찰자격을 충족하고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유일하게 참석했다 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가 해당 업체를 반드시 낙찰자로 선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0민사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최근 냉·난방공사업체 A사가 서울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낙찰자지위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B아파트는 지역난방 전환공사를 실시하고자 2015년 6월 15일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같은 해 7월 6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A사 포함 5개 업체가 참석했고 서류제출마감일까지 입찰공고에서 정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 업체는 A사 포함 3개 업체였으며, 며칠 뒤인 15일 열린 사업제안서 설명회에는 A사만이 참석했다. 이에 B아파트 대표회의는 A사만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참석해 사업자 선정을 위한 비교평가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A사는 “입찰참가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입찰절차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제출했고,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참석한 유일한 업체이므로,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A사를 낙찰자로 선정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주위적으로 B아파트 대표회의에 대해 A사가 위 입찰에 따른 낙찰자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했다.

또한 A사는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A사만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입찰절차를 계속 진행해 원고 A사에게 입찰공고에서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면 원고를 낙찰자로 결정할 것이라는 신뢰 내지 기대를 부여했고, 원고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 사업제안서와 설계도면을 동대표와 입주민, 현장설명회 참가자들에게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예비적으로 대표회의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A사가 입찰을 위해 지출한 1차, 2차 설계비 합계 392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다.

A사의 주위적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계약 자유의 원칙은 계약체결 여부, 계약 상대방의 선택, 계약내용과 방식의 결정에 있어 계약 당사자가 자유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표회의가 사업자와 체결하는 공사 및 용역 계약도 계약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인간의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찰 절차의 법적 성격에 대해 살펴보면, 낙찰자 결정은 본계약인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예약에 해당하는 것이고, 피고 대표회의의 입찰공고는 위 예약에 관한 청약의 유인에, 원고 A사의 응찰은 청약에 각 해당하고, 피고 대표회의의 낙찰자 결정은 위 청약에 대한 승낙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택법 시행령 위임에 따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공고된 피고 대표회의의 입찰공고, 입찰유의서에 의하면 ‘낙찰자의 선정은 사업제안서 설명 후 대표회의 심사 후에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4-393호 적격 심사표에 의거 적격심사 방식에 의해 선정’하도록 돼 있고, ‘상기 입찰공고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대표회의 결정에 따르며, 참가업체는 대표회의 결정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대표이사의 각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A사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결정을 하고, 그 통보가 원고 A사에게 도달하는 경우에야 비로소 원고 A사가 낙찰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원고 A사가 입찰참가자격을 구비해 입찰에 참가했고, 입찰절차에서 요구되는 모든 서류를 제출했고, 입찰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참여해 그와 관련한 항목에서 다른 업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해 곧바로 위 입찰절차의 낙찰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피고 대표회의는 업체의 규모, 신뢰도, 관리능력,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찰 참가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할지 여부, 선정한다면 누구를 선정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는 점, 그리고 앞서 본 피고 대표회의의 입찰공고, 입찰유의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원고 A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 대표회의에게 입찰에 참가한 업체 중 한 곳을 반드시 낙찰자로 선정해야 할 의무 또는 원고 A사를 낙찰자로 선정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아울러 사업제안서와 관련된 배점은 총 100점 중 10점에 불과하므로 원고 A사가 가장 높은 총점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A사의 예비적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과 각 증거 및 증인 C씨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A사에게 낙찰자로 확실하게 선정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원고 A사가 지급을 구하는 설계비는 원고 A사가 낙찰자로 선정되리라는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낙찰자 선정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에 불과하므로 피고 A사가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신뢰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업비밀 유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원고 A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에게 설계비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A사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원고 A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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