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안전조치 없이 작업했다.” “예고된 인재다.”
이번에도 우리의 후진적인 안전의식과 어처구니 없는 방재시스템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4일 경기도 화성 동탄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상가건물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피해 현장과 규모에 비해 4명이 숨지고 5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화재가 커진 이유는 이번에도 역시 ‘안전규정의 무시’였다. 이번 화재는 놀이시설 철거 용접 작업 중 불꽃이 주변에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 철거작업장에는 특히 가연성 소재가 가득했지만, 충분한 안전 대비 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철거작업 중 소방안전시설이 오작동할 것을 염려해 상가 관리업체가 건물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 유도등, 배관밸브, 급배기 팬 등의 작동을 정지시켜놓은 탓에 초기진화와 대피가 늦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시 유독성 연기를 배출하고 맑은 공기를 내부에 주입하는 환기시스템을 끈 이유가 기기 내부에 쌓인 먼지 때문에 오작동시 입장객들이 불편을 겪을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이 난 상가동에는 방재담당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다른 동에 있던 방재직원이 소방시설 제어장치로 가 경보기 등을 작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안전의식이 작은 불티를 ‘화마(火魔)’로 키운 셈이다. 만성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내는 이같은 예고된 인재는 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걸까. 이런 큰 사고가 터지면 대책이 쏟아져 나오나 그때뿐이고 달라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부주의로 인한 인재 사고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소방전문가들은 시설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초고층 건물은 대부분 소방법 기준을 웃도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유지·관리부분에서 문제가 생겨 참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초 소방심의시 건물형태를 사용자들이 변경하는 과정 등에서 소방시설에 손을 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를 단순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 건물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건물의 안전대책을 재정비하라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시작은 ‘안전 인식’ 제고다. 안전은 최우선 가치다. 반드시 규정을 지켜야 한다. 안전조치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구하는 화재경보기의 철저한 관리 점검과 경보기 알람에 짜증부터 내는 인식부터 개선해 나가자고 말한다.

정기적인 대피훈련에 관리직원들과 입주민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건물 소방실태와 화재 발생시 대피 요령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입주민 스스로도 이동식 경량칸막이 이용, 완강기 이용 등 세대에서 실시할 수 있는 대피 방법 등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관리주체는 게시물과 방송 등을 통해 피난안전구역과 대피 경로 등을 잘 안내하고, 화재 발생시 신속한 신고와 대피방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고층 건물의 경우 연기의 상층부 확산을 막기 위해 평상시 방화문을 닫아 놓는 등 제연설비 관리도 필수적이다. 기본적인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소방관리자뿐만 아니라 관리주체, 입주민 모두가 이런 점을 잘 숙지하고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하며 관계 당국은 관리주체 관련자 몇 사람 처벌하는 것으로 언론플레이해서는 안 된다. 안전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 확산 노력과 소방 당국의 실효성 있는 지도 감독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을 당부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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