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수원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입주자대표회장 해임에 관한 투표기간 중 대표회장이 본인의 해임에 대한 소명자료를 입주민들에게 발송하거나 세대를 방문해 해임동의서 진위에 관한 확인서를 징구한 것은 해임선거를 무효로 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대성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수원시 권선구 A아파트 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회장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가 피고 대표회의의 회장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 2015년 10월 A아파트 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됐으나, 입주민 C씨가 입주민 195명의 동의서를 첨부해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에 대한 해임절차의 진행요청을 함에 따라 지난해 2월 2일부터 그달 12일까지 B씨에 대한 해임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B씨의 해임에 필요한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그해 2월 15일 입주민 C씨를 비롯한 입주민 11명은 ‘B씨가 해임투표기간 중 허위사실 인쇄물을 전 세대에 무단으로 우편발송하고, 불시에 세대를 방문해 회유·강압 등을 통한 확인서를 징구했으며, 핸드폰을 통해 허위의 메시지를 송부해 불법선거했다’고 주장하며 이 아파트 선거관리규정 제43조에 기해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했고, 이에 선관위는 같은 날 이의신청의 심의를 위해 해임투표 결과 공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으며 B씨에게도 이의신청 사실을 알렸다.

선관위는 그달 19일 B씨에게 이의신청에 대한 소명자료를 그달 22일까지 제출할 것을 통지한 후 22일이 되자 위원 7명 중 4명 찬성으로 B씨에 대해 실시된 해임투표를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했다. 이후 선관위는 B씨의 해임 여부에 관한 재선거 실시를 추진했으나 B씨의 재선거실시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의해 재선거를 실시하지 못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자신에 대한 해임투표 공고가 이뤄진 이후 해임사유로 거론된 내용들에 대한 소명을 하면서 그 사유들이 법과 규정에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자료를 만들어 전 세대에 우편발송했으며, 해임절차요청에 동의한 입주민들을 방문해 본인이 해임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동의서에 서명을 한 사실이 없거나, 내용을 모르고 서명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문자메세지를 입주민에 보내 선거운동을 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 제8항은 해임 요청 당사자가 소명자료를 입주민 등에 공개할 것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으나 이 외에 별도로 자신의 해임절차에 대한 방어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고, 선거관리규정에서는 선거기간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으나 선거운동은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이나 의사의 표시는 허용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소명자료를 선거인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것은 선거에 관한 원고 B씨의 의견 개진, 의사 표시로 보이고 그 기재된 내용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이를 관리규약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 B씨가 세대를 방문해 해임동의서 진위에 관한 확인서를 징구한 것을 개별세대 방문을 통한 선거운동이라 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 B씨의 행위가 법령 또는 규약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원고 B씨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 하더라도, 선거절차에서 법령에 위반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사정만으로 해당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원고 B씨의 행위가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하게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해당 선거를 무효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선관위가 무효결정을 할 때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사실조사를 엄격히 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함에도 이 사건 투표의 개표 결과 해임안이 부결되자 즉시 그 결과를 공지하지도 않고, 이의신청을 접수받아 선관위를 긴급 소집한 후 별다른 논의 없이 오직 이의신청서만을 근거로 선관위 7인 중 4인의 찬성에 의해 무효결정을 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후 다시 해임투표결과를 공지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선관위의 무효결정의 효력은 실체상으로나 절차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선관위의 이 사건 무효결정은 효력이 없고, 이 사건 투표 결과 원고 B씨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됐으므로 원고 B씨는 여전히 피고 대표회의의 회장 지위에 있다 할 것이며, 선관위는 그 이후로도 계속 해임투표 재선거를 시도하는 등 원고 B씨의 지위에 대해 다투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할 필요도 인정된다”며 “원고 B씨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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