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입주자대표회장 후보자 벽보 크기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정한 규격보다 크더라도 선거 공정성을 해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면 대표회장 선거는 유효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문수생 부장판사)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장 선거 후보자였던 서울 양천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와 C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당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회의를 개최해 입주자대표회장 선거를 실시하기로 하고 ‘현수막, 피켓, 전단지 등은 선관위에서 지정한 규격에 따를 것, 홍보물 내용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선관위에서 검토 날인’을 후보자의 유의사항으로 하는 결의를 하고 같은 날 이러한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B씨와 C씨, D씨는 후보자 등록을 마쳤고 선거운동방법 안내문을 교부받았다. D씨는 4월 선관위원장에게 홍보물 검토를 신청해 검인 받은 후 홍보물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벽보를 아파트에 부착했다.

3일 뒤 대표회의는 임시회의를 개최해 벽보 중 내용이 사실과 달라 투표시 입주민의 의사결정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선관위원장 및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시정요구서한을 발송하고 D씨에게 그 경위서를 제출토록 하는 결의를 했다. 당시 대표회장이었던 E씨는 같은 달 선관위원들과 D씨가 대표회의 결의에 응하지 않는다며 벽보 내용 중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 반박하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선거 결과 D씨가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가운데 대표회의는 정기회의를 개최해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선거과정에서 벽보 부착을 묵인하고 벽보 내용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결의를 했다.

이에 후보자였던 B씨와 C씨는 “D씨가 불법적인 선거운동 및 선관위의 불공정한 선거관리는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쳐 이 선거는 무효”라며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거 절차에서 법령 위반 사유가 있는 경우 이로 인해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하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만 그 선거가 무효라고 할 수 있다”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란 선거 관련 규정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D씨가 선관위원장으로부터 검인을 받은 홍보물과 비교해 이 사건 벽보는 크기를 확대했을 뿐 내용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선관위 운영규정의 ‘검인을 받지 않은 홍보물을 게재하거나 살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 B씨와 C씨가 선관위 검인을 받지 않은 홍보물을 아파트에 게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벽보 기재 내용이 허위라거나 D씨가 불법선거운동을 위해 선관위원장을 매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선관위원장이 벽보 부착을 묵인했을 뿐 선거 공정성을 해칠만한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아 선거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며 “D씨가 과반수 표를 얻어 당선된 점에 비춰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D씨가 아파트 관리규약 및 선관위 운영규정에 반해 이 사건 선거를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한 불법선거운동을 해 선거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점과, 불법선거운동이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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