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동주택 하자담보책임제도 <선분양제도가 하자담보책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사업주체 중심 계약, 입주민만 ‘위험부담’
후분양제도 도입·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류정 부장(행정학박사)

우리나라는 1958년 서울 성북구에 종암아파트를 시작으로 공동주택을 짓기 시작한 이래,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공급한 주택 1636만7000호 중에서 공동주택이 1218만9000호로 74%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있는 공동주택은 353만호이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경과했으나 민사상 소멸시효기간이 도과되지 않은 공동주택까지 합하면 무려 798만호에 이른다. 1958년 이후 공급된 전체 공동주택의 과반수가 하자보수가 진행되고 있거나 하자로 인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해서는 분양시점이 사용검사일 또는 사용승인일(이하 ‘준공’이라 약칭 함) 전·후 언제냐에 따라 분양계약의 법률적 성질과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이 달라진다. 준공 전에 분양하면 선분양이라 하고, 준공 이후에 분양하면 후분양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신축하는 공동주택 공급방식은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공동주택 관리제도는 물론, 하자담보책임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선분양제도가 이대로 좋은지 살펴보고자 한다.

신축 공동주택 분양 유형
신축하는 공동주택은 최초로 분양하는 시점이 준공 전·후 언제냐에 따라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을 주문주택의 성격인 분양계약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판매주택의 성격인 매매계약으로 볼 수 있는가 그 법적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선분양과 후분양을 기준으로 주택을 구분하면 준공 전에 분양하는 주문주택과 준공 후에 분양하는 판매주택 2가지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주문주택 중에서 준공 전에 분양되지 않은 주택과 판매주택 중에서 준공 후 바로 분양되지 않거나 완성된 건물을 일정기간 임대한 후 분양을 목적으로 건설한 공동주택은 재고주택이나 중고주택으로 세분할 수 있다. 신축하는 공동주택을 분양해 최초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는 경우는 이와 같이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주문주택이란, 선분양·후시공(先分讓·後施工)한 공동주택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건축공사를 착공 즈음부터 완공되기 전의 상태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견본주택(model house) 및 카탈로그(catalog) 등을 보여주고 미리 분양한 후에 건물을 완성하는 분양방식이다. 이와 같은 분양방식을 일반적으로 ‘선분양제도’라 부른다. 선분양제도는 주문제작(order production) 방식의 관점에서 보면, 분양계약을 먼저하고 그 후에 시공해 인도하는 절차가 주문제작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주문주택이라 한다. 다만, 일반적인 주문제작은 의뢰인이 설계도서를 결정하는데 비해, 선분양 공동주택은 분양자가 수분양자에게 설계내용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는 차이가 있다.둘째, 판매주택이란, 선시공·후분양(先施工·後分讓)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물을 먼저 시공해 완공한 건물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분양하는 전통적인 분양방식이다. TV·냉장고 및 휴대전화처럼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양방식을 ‘후분양제도’라 부른다. 그러므로 골조공사 공정이 3분의 2 이상 진행된 뒤, 마감공사 등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소비자가 건물을 직접 확인하고 분양을 받는 변형된 후분양제도와는 구별해야 한다.
셋째, 재고주택이란,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의 공실(空室)로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당초 주문주택의 방식으로 분양하기로 계획됐으나 계획과 달리 준공 전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준공 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은 공동주택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판매주택의 방식으로 건설했으나 분양되지 않은 공동주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분양 주택’이라 부른다.
넷째, 중고주택이란, 주문주택과 판매주택을 전세권자 및 임차인 등이 준공 이후 상당기간 사용해 노후화된 것을 말한다. 주문주택을 분양 또는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해 임차인에게 임대하거나, 판매주택을 공공주택사업자가 직접 건설하지 않고 매매 등으로 취득해 임차인에게 임대한 공동주택을 임차인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4가지 주택유형에서 나타나듯이 단순히 하자담보책임 관계만 보면, 주문주택은 준공 전에 미리 분양해 준공일 즈음에 인도(=입주)하게 되므로 전체 세대별로 일률적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기산할 수 있다. 반면에 판매주택·재고주택·중고주택은 준공 이후에 시간을 두고 분양하게 되므로 인도(=입주)일이 가가호호마다 달라서 하자담보책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주문주택은 대량으로 공급하는 집단에 적용하기 적합하다면, 판매주택 등은 개별적으로 적용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전세계 유례 찾기 힘든 선분양제도
현재 선분양제도의 결과물인 주문주택의 제도를 살펴보면, ‘주택법’ 및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부에서 허용한 제도로,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인 주문주택 공급방식이 정착된 동기는 주택건설업체와 입주자 및 정부의 이해관계가 부합됐기 때문이다. 선분양제도는 1975년 12월 31일 ‘주택건설촉진법’으로 도입해 법제화된 ‘공동주택 분양가격 승인 규제’를 계기로 법적·제도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한 선분양제도는 우리나라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당시 정부는 공동주택 분양가격 규제로 인해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회사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사업주체에게 제도권 금융을 거치지 않고, 장래의 입주자로부터 직접 무이자로 주택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던 것이다.
선분양·후시공 방식으로 주문주택이 공급되면서 건설회사는 비교적 적은 금전으로 주택개발을 진행할 수 있고, 입주예정자들은 입주할 때까지 금융부담을 건설기간 동안(통상 2~3년)으로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입주예정자는 규제된 분양가격과 실거래가격 사이의 시세차익과 분양권 전매로 인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분양시장에 투기자로 가세했다. 이런 점에서 일반 국민 대다수는 지금도 선분양제도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선분양제도의 분양계약 과정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TV 및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한 대를 구입해도 물건을 육안으로 보고 만져도 보고 구입하는데 비하면, 수억원 내지는 수십억원의 초고가 상품인 공동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견본주택과 카탈로그 및 광고에 의존해 분양계약을 체결한다. 일부에서는 주택단지 주변의 지하철역이나 역세권 등의 각종 개발호재만 보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분양대금은 청약금·계약금·중도금 형태로 80%를 선납하고, 잔금 20%는 입주할 때 납부하고 있다.
그나마 계약체결 당시 공동주택의 전용부분은 견본주택을 통해 완공된 후의 건물의 평면과 마감자재 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범위가 매우 넓은 공용부분과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은 조감도 및 모형도의 이미지 그 이상을 알기 어렵다. 어떻게 건축되는지, 어떤 시설물이 지어지는지, 그 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주문주택의 공급은 사업주체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입주자에게는 주택단지의 위치·세대수·평형·평면도·층수 및 전유부분의 마감자재와 분양가격만 알려주는 등 사업주체 중심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도 주택단지의 설계도서를 일반인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하거나 적극적으로 알리는 건설회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자담보책임 문제점
주문주택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문제점을 열거하면 첫째, 사업주체가 도산할 경우 입주자 구제책이 문제가 된다. 둘째, 입주자가 공동주택을 인도받은 후에는 ‘민법’ 제668조에 따라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셋째, 준공 이후 입주지정기간까지 하자를 이유로 잔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하자로 인한 대금 감액은 커녕 연체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입주조차 할 수 없다. 넷째, 견본주택 및 설계도면이나 분양 안내문과 다르게 지어지거나 중간에 설계변경이 이뤄져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섯째, 사업주체가 경영사정을 이유로 미분양된 회사보유분 재고주택을 준공 이후에 할인분양할 경우 준공 전에 제값을 주고 미리 분양받은 사람은 비싼 값에 공동주택을 구입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선분양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사업주체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한 반면, 입주자에게 하자로 인한 위험부담을 전가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는 하자로 인한 위험부담을 하자보수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해결하고 있으나, 하자보수보증기관이 하자보수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하는 분쟁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해 후분양제도가 선분양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찰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완전한 후분양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후분양제도는 이미 공동주택이 준공된 이후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로써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는 준공돼 현존하는 목적물을 대상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므로 작금의 후분양 주택은 주문주택을 준공 이후에 판매주택으로 분양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주문주택을 준공 이후에 판매주택으로 분양한 경우는 분양계약 당사자간에 계약 당시의 공동주택 현황과는 별도로 종전 견본주택 또는 분양 카탈로그와 동일하게 재시공해 주겠다는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견본주택이나 분양 카탈로그와 다르다고 해 주문주택처럼 사업주체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하거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주택의 신축을 의뢰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도에서 하자담보책임을 강구한다면, 완성된 공동주택(=판매주택)에 대해 매매를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해제가 가능해야 한다. 계약 당시에 알 수 있는 명확한 하자부위에 대해는 대금감액도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 당시에 알 수 없는 잠재적 하자에 대해는 하자담보책임기간 동안 하자보수 또는 하자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해 ‘민법’ 제668조를 준용하고 있는 ‘집합건물법’ 제9조에서 분양에 따른 계약해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 ‘후분양 하자담보’ 적용
대법원의 입장을 보면, 전통적인 후분양 방식은 아니지만, “선시공·후분양(=판매주택)의 방식으로 분양되거나, 당초 선분양·후시공(=주문주택)의 방식으로 분양하기로 계획됐으나 계획과 달리 준공 전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준공 후에 분양이 되는 아파트 등의 경우에는 입주자는 실제로 완공된 아파트 등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시공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분양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완공된 아파트 등 그 자체가 분양계약의 목적물로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선시공·후분양(당초 선분양·후시공한 공동주택을 미분양으로 준공 후에 분양한 경우를 포함한다)의 경우를 특정물 매매로 봐서 ‘이행기의 현재의 상태대로 인도하면 족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준공 전에 분양안내서 등을 통해 분양광고를 하거나 견본주택 등을 설치한 적이 있고, 그러한 광고내용과 달리 아파트 등이 시공됐다고 하더라도 완공된 아파트 등의 현황과 달리 분양광고 등에만 표현돼 있는 아파트 등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사항은 준공 후 분양계약시에 아파트 등의 현황과는 별도로 다시 시공해 주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준공 후 미분양된 공동주택은 재고주택이므로 선분양되는 주문주택과 달리 후분양에 관한 하자담보책임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재 ‘주택법’에서는 선분양제도만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에서는 전유부분만 하자담보책임기간의 기산일을 인도일로 규정해 후분양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을 일부 해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공동주택의 비율이 전체 주택의 74%로 가장 높다. 이에 비례해 공동주택의 하자발생 빈도도 높은 편이다. 오늘날 공동주택은 공급자 중심에서 공산품처럼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민들은 안전하고 기능이 우수한 하자 없는 상품, 즉 하자 없는 공동주택을 원한다.
작금의 선분양제도는 개발도상국 시절에 만성적인 주택부족의 문제를 대량공급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20%를 달성한 이제는 선분양제도의 미흡한 부분은 후분양제도의 장점을 반영해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업주체의 건설자금조달 문제와 분양가 상승의 우려불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이미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후분양제도의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시기다.

앞으로 주택공급정책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선분양하는 공동주택과 후분양하는 공동주택이 쌍두마차가 돼 주택품질을 제고하는 등 하자 없는 공동주택을 분양받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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