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입주자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에서 사전에 투표자들에게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투표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이를 통해 투표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은 자유와 공정 등 선거의 기본이념을 현저히 침해한 것이며,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투표자수와 실제 투표자수가 다름에도 당선인을 결정한 것은 선거관리위원 전원 동의가 있었고 이전의 선거들에서 관행이 있어왔다 해도 선거에 하자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해당 선거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박창렬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광진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장 보궐선거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가 지난 4월 7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보궐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 4월 7일부터 8일까지 A아파트 대표회의가 실시한 회장 보궐선거에 후보로 출마, 개표 결과 총 711표 중 무효표 5표를 제외하고 351표를 득표했으며, 다른 후보자 C씨는 355표를 득표했다. 그런데 투표 당시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투표자수가 유효표 및 무효표를 합한 투표용지의 수보다 적었음에도 A아파트 대표회의는 C씨를 회장 당선인으로 공고했고, 이에 B씨는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개표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선관위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A아파트의 총 세대수는 1606세대로서, 주택법 제50조 제6항에 따라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통해 대표회장을 선출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선거는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이 사건 선거결과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투표자수와 투표용지의 수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이유와 차이가 나는 투표자수를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이 사건 선거 투표용지는 사전에 투표자들에게 배부됐는데, 선거인이 아닌 자가 투표에 참여하거나, 1인의 선거인이 2장 이상의 투표용지로 투표했을 가능성도 있는 바, 이와 같은 사정은 원고 입주민 B씨와 다른 후보자 C씨의 득표수 차이가 4표에 불과한 이 사건 선거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표장소와 투표함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데, 피고 대표회의는 이 사건 선거를 진행하면서 아파트 각 동의 경비원을 통해 투표장소와 투표함을 관리했을 뿐, 별도로 투표소에 투표참관인을 두지 않았고 투표장소와 투표함도 모두 공개된 장소에 있었다”고 밝혔으며, “A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배포한 투표지에는 투표지마다 일련번호를 부여했는데, 개표과정에서 투표지에 기재된 일련번호를 확인하면, 이를 통해 투표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바, 이는 투표자의 투표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대표회의가 “개표 개시 전에 선거관리위원 전원이 선거인 명부에 서명한 투표인수와 실제 투표자수가 다르더라도 득표수를 집계하기로 합의했으며, 그간 대표회의가 실시한 선거에서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투표인수와 실제 투표자수가 일치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다수를 득표한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B씨가 선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그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선거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입주민 B씨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지난 4월 7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대표회장 보궐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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