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지난 2013년 5월, ‘댁의 아파트 관리비는 새고 있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조선일보의 기획보도 이후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증대됐다. 그러자 같은 해 12월, 외부회계감사 실시 의무화, 주택관리업자 또는 사업자 선정에 전자입찰제 실시 의무화 등의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을 담은 주택법 개정이 있었다.

가장 획기적인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동주택의 비리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점이었고, 이로 인해 2014년부터 전국 많은 자치단체에서 관리비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관리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만을 갖게 되었을 뿐, 감사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주택법 개정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갖는 공동주택에 대한 감독권이 크게 확대됐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티가 이곳저곳에서 계속 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모자란 사례를 보자.

부산 지역 소재 모아파트는 요즘 창고 임대료 수익의 행방을 두고 입주민들 사이에 이러저러한 말이 많은 곳이다. 관리소장이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지하 공간을 창고로 외부에 임대해 호실별로 월 15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왔고, 매월 관리비 고지서에 임대료를 잡수입으로 기재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관리비 고지서에 창고 임대수익이 ‘0원’이라고 표시되면서부터 분란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12년 동안이나 근무해오던 관리소장이 사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전임 대표회장이 지금도 업무추진비를 받는 등의 문제도 있어 관할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담당자로부터 ‘우리도 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답변만을 듣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관리에 관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구청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과도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울산의 모아파트에서는 공사업체를 선정해서 이미 하자보수 공사까지 완료했음에도 관할구청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쟁입찰의 방식에 따라 다시 업체를 선정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공사를 모두 마친 아파트로서는 당연히 이러한 구청의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음에도 대표회장이 구 주택법 제91조에 따른 공사 중지 등의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 주택법 위반죄로 약식 기소가 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주택법 제91조에 의해 행정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자가 이에 위반한 경우 이로 인해 주택법 제98조 제12호에 정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 시정명령이 이행 가능한 것이어야 하는데, 구청의 사업자 재선정이라는 시정명령은 그 이행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택법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표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법적인 검토도 없이 마구잡이로 부과되는 과태료 처분도 문제다.

서울 모구청은 지난 2013년 10월경 ‘관내 아파트 관리소장이 아파트 테니스장에 설치된 불법 임시 건축물인 컨테이너를 철거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했고, 테니스 동호회 회원 명부 등의 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관리소장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러한 구청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 관리소장은 ① 구청에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이의 신청, ② 서울북부지법의 약식재판에 따른 70만원의 과태료 부과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③ 서울북부지법의 50만원 과태료 결정에 대한 항고와 같은 복잡한 불복절차를 거쳤고, 결국 최근 서울북부지법으로부터 이번 과태료 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받게 됐다.

법원은 이번 과태료 부과 처분이 관리주체인 위탁관리업체가 아닌 관리소장에게 부과된 점과 구 주택법 제59조에 따른 자료 제출 의무를 부담하는 업무에 관한 자료가 아닌 자료에 대한 제출 명령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분이라고 본 것이다.

이미 공사가 종료된 아파트에 다시 입찰을 실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관리주체’와 ‘관리소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담당자들로 인해 당사자들이 입게 되는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독권이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담당자들에 대한 세밀한 교육 및 지원도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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