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소송 계속 중 대표권 상실, 소송 각하 아닌 중단 사유"

소송계속 중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인 회장이 대표권을 상실했어도 이는 소송중단 사유일 뿐 소송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이유로 한 각하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최근 서울 노원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는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동대표 C씨는 제17대 대표회장 직무대행자 자격으로 2009년 6월 및 2009년 9월 관리업체 B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입주민 D씨는 C씨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법원은 2009년 9월 ‘C씨의 직무대행은 대표회의 이사 중 연장자 순으로 회장 직무를 대행하게 한 관리규약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C씨는 2009년 12월 및 2010년 10월 이 사건 각 관리계약 체결과정에서 자격모용사문서 작성죄 등의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2년 4월 실시된 제19대 동대표 및 대표회장 등 선거에서 E씨는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 각 선출, E씨는 2010년 4월 제18대 동대표로 선출된 바 있으나 법원에 의해 동대표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있었다.

E씨는 제19대 동대표 및 대표회장 등 선거 당시 이 아파트 세대 소유자였으나 2013년 4월 아내인 F씨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겼고 F씨는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E씨에게 동대표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제출, E씨는 2014년 4월 제20대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이후 대표회의는 “동대표 C씨가 대표회의 대표자 자격을 사칭해 관리업체 B사와 이 사건 각 관리계약을 체결하는 불법행위로 인해 대표회의에게 위탁관리수수료, 관리소장 월급, 추가 채용 직원 월급, 광고료 등 잡수익 누락, 경비용역비 등 합계 2억1473만여원의 손해를 발생하게 했다”며 C씨와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동대표 C씨는 대표회의에게 2억1473만여원을 지급하고 C씨와 관리업체 B사는 연대해 위탁관리수수료 및 잡수입 합계 580만여원을 지급, 대표회의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표회의와 B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30민사부는 “제18대·19대 동대표로 재직했던 E씨는 더는 동대표로 선임될 자격이 없어 제20대 대표회장이 될 수 없으므로 E씨가 대표회의의 대표자라고 해 제기한 이 사건 소는 적법한 대표권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며 “이와 결론을 달리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2006년 9월 개정·시행된 이 사건 관리규약은 ‘동대표 임기는 2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E씨는 2010년 4월 제18대 선거부터 2014년 4월 제20대 선거까지 계속해 동대표로 선출됐다”며 “E씨의 제18대 동대표 임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0대 동대표 선거에 관해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을 적용할 때 재임횟수로 산정돼야 해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 취지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송계속 중 법인 아닌 사단 대표자의 대표권이 소멸한 경우 이는 소송절차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만 소송대리인이 선임돼 있으면 소송절차가 곧바로 중단되지 않고 심급대리 원칙상 그 심급의 판결정본이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됨으로써 소송절차가 중단된다”며 “이 경우 상소는 소송수계절차를 밟은 다음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나 소송대리인이 상소제기에 관한 특별수권이 있어 상소를 제기했다면 그 상소제기시부터 소송절차가 중단되므로 이 때는 상소심에서 적법한 소송수계절차를 거쳐야 소송중단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원고 대표회의의 대표자로 돼 있는 E씨가 1심 계속 중이던 2014년 4월 제20대 동대표로 선출된 것이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에 위배돼 무효라면 이는 소송절차 중단사유에 해당할 뿐”이라며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E씨가 제19대 대표회장으로서 제기한 이 사건 소가 소급적으로 부적법해진다고 할 수 없고, 기록상 E씨가 제19대 동대표 내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것이 무효라고 단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소송절차가 중단되는 시점을 확정해 적법한 대표자 내지 직무대행자의 소송수계절차를 거친 다음 본안 심리에 나아갔어야 함에도, 이 사건 소가 대표권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봐 이를 각하해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계속 중 비법인사단 대표자의 대표권이 소멸한 경우 소송절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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