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1 : ‘층간흡연’ 실태와 문제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자정 넘어 아랫집 베란다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와 여름에도 베란다문과 안방 창문을 열지 못하고 무더위 속에 지내야 했다. 문을 모두 닫고 24시간 에어컨을 돌릴 수도 없어 관리사무소에 불편을 전달해도 집 내부에서 흡연하는 것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국민신문고에 아파트 베란다와 화장실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6살, 7살 자녀를 둔 B씨도 계속되는 이웃집 흡연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받았다. B씨는 화장실 환풍기를 아무리 돌려도 이웃집에서 날아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목 통증과 두통에 시달리고 자녀들도 기관지가 안 좋아져 병원에 다니게 됐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공고문만 붙일 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변해 아파트 내 금연에 관한 강력한 법 규제가 필요하다고 민원을 넣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및 간접흡연 피해민원 총 1243건을 분석한 결과,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총 726건으로 층간소음 민원 보다 많은 58.4%에 이르며, 이 중 공동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95.7%(695건)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접흡연 피해를 야기하는 흡연장소는 베란다·화장실 등 집 내부공간(382건, 52.6%)이 가장 많고, 계단·복도·주차장 등 건물 공용부분(174건, 24%), 단지 내 놀이터·현관 출입구 등 저층 근처(129건, 17.8%)가 그 뒤를 이었다.

민원인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 영유아 양육자(111건, 15.3%)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임산부(가족), 기관지 등 환자(가족) 순으로 나타나 흡연 제재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이처럼 아파트 세대 내 흡연으로 인한 이웃 세대들의 ‘층간흡연’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집 내부는 사생활 공간이라는 이유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어 많은 비흡연 세대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3일부터 입주민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공동주택 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에서 흡연을 규제할 수 있게 됐지만 집안의 베란다와 화장실 등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로, 세대 내에 대한 흡연규제 확대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동주택은 구조상 각 라인 층별 배기관이 연결돼 있어 세대 내 화장실에서 흡연시 담배 연기 및 냄새가 위·아래 세대로 유입될 수 있으며, 베란다 등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바람에 의해 다른 세대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아파트에 붙은 금연 안내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층간흡연 관련 금연정책 평가 및 방향 모색’ 학술행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심인근 연구사는 ‘신축공동주택 환경흡연 실험’ 결과를 통해 “환기 조건에 따라 확산 범위가 달라지나 흡연에 의한 오염 물질이 5분 이내에 타세대로 전파되며, 미세먼지 크기에 따라 윗세대뿐만 아니라 아래세대에도 유해물질이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 연구사에 따르면 담배연기는 일반적으로 4700여종 이상의 화학물질로 구성되며 호흡기, 심폐질환 및 폐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날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훈 연구원은 세대 내 흡연은 입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관리직원들의 민원관리 시간 소비, 세대 유지보수 비용 증가, 임대·판매 가치 감소, 화재위험·보험비용 증가 등의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금연구역 지정이 증가하는 반면 흡연구역은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사적 공간까지 제재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불만이 적지 않아, 흡연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절충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층간흡연에 관한 민원은 국민신문고는 물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처리하고 있어 이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고 흡연자들 스스로 이웃을 배려해 세대 내에서 흡연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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