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결정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수도관 개량공사시 부정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설계변경을 유도했거나 안전상 위험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공사를 중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염기창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소유자 B씨 등 3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수도관 개량공사를 시공한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도관 개량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소유자 B씨 등 3명의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초 이 아파트의 수도관 개량공사는 승강기실에 위치한 계량기까지 공용수도관을 각 세대 내의 바닥에 매립하는 방법으로 교체하도록 설계돼 있었으나, 대표회의와 시공사는 기존 설계대로 공사하면 각 세대의 인테리어 훼손이 불가피해 그 복구비용을 각 세대별로 부담해야 한다며 승강기실 슬래브에 구멍을 뚫어 직수관을 설치하고 이를 계량기에 연결, 수도관을 세대 외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으로 기존 설계를 변경하는 내용의 설계변경동의서를 동 입주민의 76.7%를 받아 변경된 설계에 따라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소유자 B씨 등 3명은 “시공 편의를 위해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처럼 기망해 설계변경동의서를 받아 공사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며 “아무런 안전상 검토도 없이 32년 된 노후아파트의 계단식 슬래브에 임의로 구멍을 뚫는 공사를 함으로써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미관상으로도 흉물스러워 아파트의 재산상 가치가 하락할 위험에 있다”고 주장하며 공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설령 기존 설계에 따른 공사시 인테리어 훼손에 관한 복구비용은 대표회의가 부담하는 것임에도 그 비용을 마치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 고지해 입주자들로부터 설계변경동의를 받았더라도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부정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설계변경을 유도했거나 변경된 설계에 따른 공사로 인해 안전상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설계변경으로 인한 손해는 사후에 증가된 부담비용 또는 아파트 가치의 하락 등에 관한 금전배상을 구하는 것으로도 구제가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소유자 B씨 등 3명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부정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수도관개량공사의 설계변경을 했거나 아파트에 안전상의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 소명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컨설팅 업체에 설계변경과 관련한 건물 구조 안전성 검토를 의뢰해 건물 구조안전에 하자가 없다는 보고서를 받았고 이후 입주자들로부터 설계변경 사유가 기재되고 변경 전후의 설계도가 첨부된 설계변경동의서를 징구해 수도관개량공사를 진행한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춰보면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이 아파트 관리규약 및 별표 3-2에서 정한 절차를 일부 이행하지 않았어도 그것만으로 공사 자체를 중단할 정도의 중대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수도관에 보호덮개를 설치하는 마감공사 이외의 공사는 모두 완료돼 그 수도관으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는 점에 비춰 급박하게 수도관개량공사를 중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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