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최근 모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경기도 수원시 소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청소용역업체간의 퇴직충당금 반환에 관한 사건을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해당 프로그램의 소제목은 바로 ‘사라진 관리비’였다.

그 아파트에 근무하는 미화원이 1년 이상 근무를 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인데, 대표회의에서는 용역업체가 미화원에 지급하지 않은 퇴직충당금을 아파트로 반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최근 이 사례와 같이 청소나 경비업체가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퇴직충당금이나 고령으로 인해 납부할 의무가 없는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처리를 두고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며, 필자도 이와 관련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우선 위탁관리와 관련한 사례를 살펴보자. 아파트를 관리하던 위탁관리회사가 대표회의에게 미지급 용역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대표회의는 과거 업체에 지급했던 용역대금 중 1년 미만 근로자의 퇴직급여충당금은 부당이득이므로 상계해야 한다며 다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표회의가 업체에 지급한 퇴직급여충당금은 위임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선급금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민법상의 위임관계의 법리에 비춰 선급금으로 지급받고도 지출하지 않은 퇴직급여충당금은 별도로 위탁관리업체에 귀속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는 한 대표회의에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청소나 경비용역도 위탁관리용역과 같은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파트 위탁관리계약을 민법상 위임계약의 일종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청소나 경비용역계약은 도급계약의 일종으로 파악되고 있고, 업체 선정의 주체나 계약의 당사자도 위탁관리와 청소·경비가 다르다는 점에서 다르게 볼 여지가 충분하다.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제기된 청소·경비용역과 관련된 사건에서, 법원도 해당 사례가 위 대법원 판결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부산의 모아파트 대표회의는 청소·경비용역 계약금액 내역에 국민연금·고용보험 사용자부담금이 포함된 청소원·경비원들에 대한 인건비 내역이 기재돼 있고, 이는 국민연금·고용보험 수급 연령대 미만의 청소원·경비원을 채용하겠다고 약정한 것이라며, 업체는 국민연금·고용보험 수급 연령대인 고령의 청소원·경비원을 고용해 대표회의로부터 국민연금·고용보험 사용자부담금 합계 85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청소·경비용역 계약은 도급금액을 월간 기준 총액으로 정해 업체가 그 금액 한도에서 자기 책임 하에 각종 경비를 부담키로 하는 도급계약이고, 계약서의 기초가 되는 인건비 내역서는 도급금액을 협의해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며, 계약금액 내역서에 국민연금·고용보험 사용자부담금이 기재돼 있는 사실만으론 업체가 국민연금·고용보험 수령 연령대 미만 나이의 미화원·경비원을 고용해야 할 계약상·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관련 업체들도 위탁관리나 청소·경비업체가 1년 미만 근로자의 퇴직충당금이나 고령자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업체의 이윤으로 삼는 관행이 생긴 것은 업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업체의 신뢰도나 사업능력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도록 했던 사업자 선정지침으로 인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점도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경기도가 도내 공동주택 관리비 일제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리사무소가 청소나 경비 등 용역업체 감독을 소홀히 해 용역업체가 21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방치했다’며 퇴직금 지급 등을 ‘관리부실’ 사례로 정의함으로써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고 말았다.

아파트의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로서는 경기도로부터 관리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마당에 용역업체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입주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탄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고, 그렇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게 된다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얽혀진 매듭을 풀라고 줬더니 더 꼬아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오직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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