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불안' 긴급 분석 3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대피로·대피장소·대피방법 등 안내
고층 거주 입주민 별도 대처법 숙지

일본 벤치마킹해 만든 매뉴얼 재검토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이번 경주 지진 당시 대처 요령을 잘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아파트마다 화재 대피 훈련은 많았지만 지진 대피 훈련은 거의 없었고, 매뉴얼도 따로 마련·배포되지 않아 지진 상황에 대한 정보가 턱 없이 부족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혼란과 두려움만 커질 수밖에 없었고, 재난 담당 부처인 국민안전처의 늑장 대응은 더욱 불만을 샀다. 사전에 국민들에게 지진 대응력을 길러줬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지진 대피 훈련과 대응 매뉴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방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진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과 대처 훈련이 턱 없이 부족하고, 매뉴얼을 손쉽게 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관리주체는 입주민들이 지진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신속하게 잘 대처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할 소방서 등과 연계해 지진 방재 매뉴얼을 만들어 입주민들에게 배포하고, 대처법 안내 및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에는 아파트 단지 내·주변 대피장소와 대피로, 대피 방법 등을 담아야 하며, 고층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저층과 달리 밖으로 대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처법도 따로 정해 알리는 것이 좋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이를 알리는 방송을 해 입주민들이 지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방재 매뉴얼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황에 따라 노약자가 있는 세대를 따로 살피거나 구조대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진대책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인공구조물의 설계와 시공시에 그 지역의 지반을 감안해 충분한 내진력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고층건물이 많은 현대의 대도시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새로 건물을 지을 때 반드시 방진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추세다.

또한 국민안전처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긴급히 피난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한 방진설비를 갖춘 대피시설을 여러 곳에 마련해 두고, 대피시설에는 항상 적당한 방열기구와 비상식량 등을 준비해 둬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가 누리집에서 배포하는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참고할 사항은 ▲튼튼한 테이블 등의 밑에 들어가 그 다리를 꽉 잡고 몸을 피하기(테이블 등이 없을 때는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 ▲불이 났을 경우 침착하고 빠르게 불끄기 ▲서둘러 나가지 않고 큰 진동이 멈춘 후 여진발생 등을 대비해 밖으로 대피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철근콘크리트 구조 아파트의 경우 문이 비뚤어져 갇힌 사례가 있음)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만일 타고 있을시에는 모든 버튼을 눌러 멈추는 층에서 신속하게 내리기 등이 있다.

그밖에 알려진 지진 대피 요령으로는 ▲엘리베이터 앞이나 현관 계단의 벽면 쪽에서 몸 피하기(바로 밖으로 나가면 낙하물 피해 위험) ▲아파트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공터 등으로 대피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경우 비교적 낙하물이 적은 욕실과 화장실로 대피 등이 있다.

목조건물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붕괴 위험이 더 높아 탁자 밑에 숨는 것 보다 재빨리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지진이 발생하면 10~20초 정도 진동이 이어지므로 강도가 심할 때는 움직이기 보다는 낙하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일단 몸을 숨겼다가 진동이 멈췄을 때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6.0 이상의 강진에서는 재빨리 밖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지진 대피 매뉴얼은 일본을 벤치마킹해 10여년 전에 만들어져 최근 상황에 맞지 않으며 문구 자체도 애매모호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근 사정에 맞게 전면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방재청에서 배포하는 지진 대비 안내책자 '도쿄방재'의 한글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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