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믿고 체결한 에너지 절약성과 배분 계약은 유효해 대표회의는 에너지 설비업체에 미상환 사업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최근 천연가스 설비업체 B사와 서울 성동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각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 및 성과배분금 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B사에게 20억4480만여원을 지급하고 대표회의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사와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2003년 12월 B사가 비용을 투입해 이 아파트에 열병합발전기 및 발전기열교환기, 중온수열교환기, 냉각탑 등을 설치해 전기 및 열 에너지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종전보다 절감되는 전기·가스요금 절감액으로 사업금액 28억5000만원을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설치검사 완료일로부터 60개월 동안 매월 분할상환 받기로 하는 내용의 에너지절약성과배분표준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설비는 설치완료돼 검사를 마치고 2004년 8월부터 가동됐는데, 대표회의는 같은 달 1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B사에게 총 47회에 걸쳐 이 사건 계약에서 약정된 금액 중 일부인 합계 15억302만여원의 사업금액을 상환했다.

이에 B사는 2009년 12월 이 사건 계약에서 약정된 에너지절감액에 의한 사업금액 상환방식을 이 사건 설비에 관한 설치검사완료일부터 60개월 동안의 월 단위 상환방식에서 60개월 동안 매년 사후관리비용을 결산한 후 나머지 금액을 상환하는 연 단위 상환방식으로 변경하는 약정을 체결했으나, 대표회의가 그 후에도 사업금액을 상환하지 않다가 2014년 6월 시설 가동을 중단하자 B사는 대표회의에게 ‘대표회의의 2기 이상 사업금액 미상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지난해 4월 대표회의에게 소장부본이 송달됐다.

이 사건 계약에서 약정된 순수 사업금액 28억5000만원에다가 부가가치세 및 이자를 모두 더하면 합계 35억4000여만원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계약은 ‘대표회의의 2기 이상 사업금액 미상환’을 이유로 한 B사의 계약해지 의사표시로 인해 이 사건 소장부본이 대표회의에게 송달된 지난해 4월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회의는 B사에게 이 사건 사업금액 35억4000여만원에서 이미 상환한 15억302만여원을 공제한 나머지 사업금액 20억4480만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표회의는 이 사건 계약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 3/4 이상의 결의 또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4/5 이상의 서면합의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나, 구 집합건물법은 ‘다만 공용부분의 개량을 위한 것으로서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닐 때에는 통상의 집회결의로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설비 설치 공사는 이 아파트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공용부분 개량을 위한 것으로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계약 체결은 집합건물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계약은 B사가 계약 체결권한이 없는 대표회의와 사이에 체결해 무효’라는 대표회의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는 관리주체인 관리업체 C사로 하여금 관리를 위한 용역·공사발주를 하도록 하면서 계약 체결시 계약서에 관리주체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토록하고 있어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한 계약 체결권한이 없는 대표회의와 사이에 체결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B사가 이 사건 계약 이전에 체결한 다른 아파트의 소형 열병합발전 용역사업에 관한 계약서의 에너지사용자 란에 대표회장만이 계약당사자로 기명날인한 점 등에 비춰보면 B사로서는 대표회의에게 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이에 대한 정당한 사유도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에너지절감액 미달로 인한 조건 불성취 또는 기한 미도래 주장에 관해서도 “이 사건 계약 에너지절감량 보증서에 연간 에너지절감액을 7억1157만여원으로 보증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B사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에너지절감량 보증서에 기재된 연간 에너지 절감액 7억1157만여원을 확정적으로 보증하거나 실제 에너지절감액이 상환계획표상 상환금액과 사후관리비용의 합계액을 초과’함을 사업금액 상환의 정지조건 또는 불확정기한으로 약정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표회의는 B사에게 미상환 사업금액 20억448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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