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입찰절차 하자가 공공성·공정성을 침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면 이를 이유로 낙찰 무효 통보를 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낙찰업체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조한창 부장판사)는 최근 시설보수업체 B사가 경기 성남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낙찰자지위확인 항소심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고 원고 B사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B사와 대표회의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2014년 3월 급수·급탕배관 교체 및 부대공사 업체선정을 위해 입찰을 실시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입찰공고안을 의결, 같은 해 5월 입찰을 공고했다.

대표회의는 이 사건 입찰에 접수된 업체 중 B사를 포함해 입찰자격을 충족한 5개 적격업체를 선정해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도록 통보했고 이들 업체는 2014년 5월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해 입찰서를 제출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2014년 5월 입찰의 개찰절차를 진행하고 평가배점표상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B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는데 동대표 총원 중 절반이 같은 날 개찰절차에 참석해 대표회의록에 서명했고 다음 날 나머지 동대표 중 3명이 회의록에 추가로 서명했다.

대표회의는 B사에 낙찰결과를 통보했으나, 같은 해 6월 이 사건 입찰은 공고 및 입찰과정에서 문제가 많고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B사와의 계약 체결을 하지 않고 재입찰하기로 의결, 같은 달 B사에게 대표회의 의결 없이 입찰과 개찰을 진행해 낙찰이 무효이므로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시설보수업체 B사는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로 결정됐음에도 대표회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결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예약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며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민사부는 “입주자들 또는 관리주체가 각종 시설 보수공사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업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계약체결을 위한 입찰절차에서 다소간의 하자가 있더라도 당연히 당해 입찰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입찰공고 당시 평가배점표를 공고하지는 않았으나 적격심사제가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했고, 이 사건 고시에는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가 첨부돼 있어 원고 B사가 입찰 평가항목 등에 관해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입찰절차 하자들이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거나 원고 B사도 그 사정을 알았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가 납부한 입찰보증금 90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시설보수업체 B사와 대표회의는 이같은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이 사건 소가 입찰공고에 따른 부제소 합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공고 및 입찰과정에서 발생한 하자는 치유됐거나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단지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낙찰 무효 결정이 정당한 결정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고 시설보수업체 B사는 실제로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지 않아 공사과정에서 기울여야 할 노력이나 이에 수반해 불가피하게 인수해야 할 사업상 위험을 면하게 됐으며, 피고 대표회의는 입찰공고에서 참가업체들에게 입찰금액 5% 이상의 입찰보증서 제출을 요구했고 원고 B사는 이에 따라 9000만원의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다”며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이 금액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사 계약체결불이행으로 원고 B사가 입게 된 손해는 9000만원으로 평가함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사의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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