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공동주택 리모델링 구조 안전성 대국민 공청회가 한국리모델링협회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주체로 개최됐다. 올해 들어 2번째의 공청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할 때 구조안전성 확보는 문제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였다.

김수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청회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일부 언론매체에서 마치 내력벽 전부를 없애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내용 없는 선정적인 제목이나 동네 인테리어 업체 수준의 리모델링 같은 인식 수준도 문제가 있다. 간단한 수선이나 보수, 인테리어 개수를 포함해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다보니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리모델링과 차별화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혼란이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문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 수준의 일부 매체 기자들의 인식과 잘못된 내용의 기사를 바탕으로 느끼는 안전성에 대한 염려가 함께 작용하는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에는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경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떠나서 무너진 사실에만 무게를 둔 염려 같은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15개 이상의 공동주택이 리모델링됐고, 최근의 사례들은 내력벽식구조의 1개층 수직증축 사례가 4개 단지, 2개층 증축사례가 1개 단지 있다. 아직 3개층 증축사례는 없지만 강화된 안전기준을 바탕으로 한 제도의 틀이 정해진 이상 애매하기는 하지만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그간의 리모델링 사례와 더불어 경험 많은 구조 기술사의 검토와 대형 시공업체가 추진하고 있는 현재 일부 사례들이 시작되면 안전에 대한 염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부서, 기술자들, 업체와 주민 모두 안전한 리모델링 사업을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기본적인 방향인데 안전성을 보는 인식의 차이가 이러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산업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철거와 증축의 범위와 관련한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계속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비용문제 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의 구성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점은 계속 얘기가 돼 왔다. 현재 리모델링 안전성 문제의 발단도 결국은 내력벽식 구조 방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내력벽식 구조로 초고층화하고 있는 구조방식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내력벽식 구조의 도입기인 1980년대 초에는 내진규정도 없었고 초고층화 되지도 않았으며, 지하주차장 규정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필로티에 대한 사항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는 피난규정도 정비되지 않았고, 15층 이하는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낮은 층고였고, 층간소음과 같은 차음규정도 없었다. 경제적으로 빨리 건설해야 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던 시절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이 활발해진 이후 세월이 흘러 거주자의 의식과 생활이 바뀌었고, 공간구성에 대한 선호도도 변화했으며, 기술 발전과 함께 안전성과 차음성,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 화재안전성 등 각종 성능규정도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개념 자체가 바뀌었다. 모든 것이 바뀌었으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 벽식 구조방식이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거의 모든 조건들이 바뀌었는데 구조체인 벽식 구조를 그대로 두고 현재의 바뀐 조건들을 수용하는데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내력벽으로 구성된 벽식 구조체다. 그것도 세대간 벽이나 세대내벽 뿐만 아니라도 세대외벽도 콘크리트 내력벽이다. 리모델링에서 이것을 조정해 공간을 재구성해 현재의 상황과 유사한 공간구성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데 바로 내력벽식 구조방식으로 건설된 내력벽이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단지에서 1층에 개방성과 미적인 요소와 사용성을 고려해 필로티 설계를 하고 있는데 벽식으로 구성된 상부구조를 지지하기 위해 구조전이층을 설치해 1~2층을 일부 기둥만 있는 필로티로 구성하며, 주거동 지하에도 설비피트층으로만 사용할 수 없는 벽식 구조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 설비배관의 매설과 더불어 명확하지 않은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의 구분이다. 이것으로 인해 증축형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설비만 개·보수해 성능향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아파트의 경우도 고비용을 수반하게 해 개·보수 공사를 어렵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누수와 설비소음문제로 인해 아래·윗집의 분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고비용을 분담할 수 없는 계층들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단지나 개발이익의 극대화로 인해 단지에서 법적으로 찾을 수 있는 최대의 수용력으로 이미 개발돼 있는 많은 단지는 이러한 개·보수가 대안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의 이익구조나 개발구조가 지난날과 같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이제는 문제 되는 내력벽식 구조방식의 탈피와 설비배관매설 및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가는 것이 충분히 이해 될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신축이나 재건축은 기둥식 구조방식과 설비매설 금지를 통한 가변성과 수리용이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에서도 구조방식은 못 바꾸더라도 수리용이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하루 빨리 전환돼야 할 것이다. 우선 사용하기는 문제가 없으나 미래에 후손들이 사용하는데 문제가 된다면 그 또한 후손들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꼴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미래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축으로 하루 빨리 전환하자. 건축에 종사하는 설계와 시공 기술자, 정책담당자는 물론 건축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고, 소비자도 새로운 인식에 눈 뜰 필요가 있을 것이다. 리모델링 논쟁에서 배운 교훈을 공동주택의 미래가치를 위해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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