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 무항심’.

사람에게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맹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고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존경받을 수 있는 정치’에 대한 물음에 대해 ‘백성들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의 길은 자연히 열리게 된다’며 한 말이다. 오늘날 국민들의 생활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자주 인용된다. 요즘 언어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사회 안정의 기본이라는 의미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달의 슬로건이 ‘보훈은 살아 있는 사람의 책임, 호국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에 헌신한 군인들을 위해 내년까지 ‘제대군인 일자리 5만개’를 확보할 계획이며,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1사 1제대군인 채용’을 적극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군복무’는 대부분 성인 남자들이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적게는 2년, 많게는 30년까지 군복무를 한다. 제대군인은 특별 계층이 아니라 우리의 형제이고 가족이자 이웃이다. 그 중에서도 중장기 복무를 한 군인들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정년이 짧다. 젊은 시절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사회로 복귀해야 한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량을 뽐내던 이들도 사회에 나와 적응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래서 이들이 원활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지원한다. 정부는 교육훈련, 취업 지원 알선 등 실질적 도움을 준다. 사실 이들의 사회적응 소프트랜딩을 위해선 일반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따뜻한 시선과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들의 일자리 확보 노력에 한국주택관리협회가 함께 나섰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20일 국가보훈처, 대한민국ROTC 중앙회와 ‘제대군인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식’을 갖고 체계적 지원을 합의했다.

공동주택 관리소장은 제대군인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꼽힌다. 현재 관리소장이 의무적으로 배치돼야 하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전국적으로 1만5000여개 단지나 되며, 제대군인 중 주택관리사 자격증 보유자 수는 400여명에 이른다. 현재도 많은 제대군인들이 공동주택 관리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합력할 여지가 많다.

이번 협약 체결로 각 기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제대군인들의 구직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144개의 회원사가 공동주택 관리소장을 새로 채용할 경우 제대군인을 우선 채용해 현장직무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각 기관들의 협조와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사회적 배려, 그리고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 좋은 일의 추진에도 걸림돌이 없는 게 아니다. 현재 10만명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대표인 한국주택관리협회가 ‘법정단체’로 돼 있지 않아 협약 추진 준비 과정에서 각 기관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협약 후 당사자들은 제대군인들의 원활한 현장직무교육 수행을 위해 협회의 공적활동 보장 등에 대해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것 때문에 국가적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모양새가 정말 우스워진다.

협약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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